안세홍 작가 6일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 사진전
"겹겹이 쌓인 위안부의 고통…결코 지울 수 없어"
"알츠하이머에 걸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일본군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얼굴이 일그러지던 그 모습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
24년 동안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을 주제로 피해자를 사진으로 기록한 안세홍 작가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동티모르에서 만난 한 피해자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아무리 알츠하이머로 기억이 지워졌다고 하지만 가슴 속 트라우마는 결코 지울 수 없는 것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냉대와 무관심 속에 겹겹이 쌓인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아시아 곳곳에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월간지 사진 기자였던 안 작가는 1996년 2월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여있는 나눔의 집을 찾아간 것을 계기로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에 대한 사진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위안부 문제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끌려갔다', '소녀상'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게 전부일 것"이라며 "사죄와 배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하고 구체적인 사례로 (역사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는 아시아 국가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지만 국제적으론 한일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다른 나라 피해자들과 공조를 통해 국제적 여론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안 작가는 2012년부터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등을 찾아다니며 140여명의 피해자를 만났다.

그는 "제 직업이 사진가이기도 하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은 잘 알지 못한다"며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작가가 이중 통역까지 써가며 피해자들의 당시 상황과 험난했던 삶을 구증·채록하는 것도 사진 작품에 그들의 이야기를 녹여내기 위해서다.

안 작가는 이렇게 찍은 사진을 주로 일본에서 전시하고 있다.

일본에선 위안부 문제가 금기시되고 있어 많은 사람이 위안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겹겹이 쌓인 위안부의 고통…결코 지울 수 없어"
그는 "사진전이라는 문화적 접근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 전시는 순탄할 리 없었다.

올해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사태로 거센 논란이 일었던 일본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 전시에도 안 작가의 작품이 포함돼 있었다.

2012년엔 니콘살롱 전시에 출품했다가 취소될 위기에 처해 소송전을 벌이는 등 힘겨운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들을 수 있었던 이구동성의 증언은 당시의 고통은 지을 수 없는 흔적으로 이어져 오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자신과 같은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미래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오는 6일부터 20일까지 '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 이라는 주제로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전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