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9000억 ISD 제기' 엘리엇 수사 위해 美에 공조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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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Biz
"증권사 통해 삼성물산 주식 간접 보유 왜 숨겼나"
공시의무 위반 증거 확보 착수
"증권사 통해 삼성물산 주식 간접 보유 왜 숨겼나"
공시의무 위반 증거 확보 착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대해 검찰이 미국에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2016년 2월 엘리엇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동원해 삼성물산 주식에 대한 공시의무를 위반했다며 검찰에 통보했으나 검찰은 아직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검찰의 기소 여부는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7억7000만달러(약 8985억원·청구액 기준)짜리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엘리엇은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비율 때문에 손실을 입었다며 지난해 7월 ISD를 시작했다. ISD 신청 배경에는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삼성그룹 두 회사의 합병을 지원했다는 것도 있다.
3년8개월째 기소 못하고 美에 ‘SOS’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1부는 엘리엇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을 통해 미국 사정기관에 ‘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엘리엇 관계자들을 조사했지만 외국인 신분인 데다 본사도 미국에 있어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 결국 검찰은 수사의 활로를 미국 정부 도움에서 찾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문제 삼은 내용은 엘리엇의 공시의무 위반이다. 엘리엇이 TRS 등을 통해 삼성물산 주식을 5% 이상 갖고 있었는데도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자본시장법에는 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했을 때는 반드시 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TRS는 투자자 대신 증권사가 주식을 보유하면서 투자자가 가격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만 부담하는 파생상품이다.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갖고 있는 구조여서 실제 투자자를 알기 어렵다.
표면적으로는 엘리엇의 위법 행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발표된 지 한 달 만인 2015년 6월 2일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고 이틀 뒤에는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금융감독원은 엘리엇이 이틀 만에 삼성물산 지분 약 340만 주(2.17%)를 장내에서 사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증권선물위원회에 알렸다. 그러면서 메릴린치 등을 통해 TRS 거래로 삼성물산 지분을 사전에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주주 표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반대권을 행사하기 위해 음성적으로 추가 지분을 늘렸다는 얘기다.
엘리엇도 지난 4월 ISD 청구 서면에서 “기존 투자를 보호하고 향후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물산에 대한 기존 TRS를 주식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TRS 해석에 달린 ‘혈세’ 8900억원
엘리엇 ISD의 승패는 이번 검찰 수사와 TRS 거래에 대한 국제법적 해석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중재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한국 정부와 1차 서면 공방 이후 증거개시 절차(심리를 위한 상대방 증거 확보)를 밟고 있다. 본격적인 심리는 내년 초 증거개시 절차가 끝나고 2차 서면 공방을 마친 뒤에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국제중재업계에는 ISD에서 TRS 거래를 통한 주식 취득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한 국제중재 전문가는 “큰손들은 자신의 주식 보유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저가 매입이 어려워진다”며 “주가가 쌀 때 TRS를 이용해 ‘주식 알박기’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 변호사는 “FTA는 실제 주식을 취득한 투자자만 보호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만약 주가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 보유 사실을 잠시 숨기는 ‘파킹성’ 거래도구로 TRS를 활용한 것이라면 자본시장교란 혐의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ISD 중재판정부가 이런 해석에 동의하면 한국 정부의 승소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검찰이 엘리엇을 기소하거나 법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을 인정해도 엘리엇은 불리해진다.
다만 국제중재 사정에 밝은 대형 로펌 변호사는 “TRS 거래를 FTA로 보호해야 하는지 전 세계적으로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며 “엘리엇이 투자한 목적이나 경위에서 순수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합병 시점 삼성물산 주주라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보호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g.com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1부는 엘리엇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을 통해 미국 사정기관에 ‘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엘리엇 관계자들을 조사했지만 외국인 신분인 데다 본사도 미국에 있어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 결국 검찰은 수사의 활로를 미국 정부 도움에서 찾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문제 삼은 내용은 엘리엇의 공시의무 위반이다. 엘리엇이 TRS 등을 통해 삼성물산 주식을 5% 이상 갖고 있었는데도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자본시장법에는 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했을 때는 반드시 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TRS는 투자자 대신 증권사가 주식을 보유하면서 투자자가 가격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만 부담하는 파생상품이다.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갖고 있는 구조여서 실제 투자자를 알기 어렵다.
표면적으로는 엘리엇의 위법 행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발표된 지 한 달 만인 2015년 6월 2일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고 이틀 뒤에는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금융감독원은 엘리엇이 이틀 만에 삼성물산 지분 약 340만 주(2.17%)를 장내에서 사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증권선물위원회에 알렸다. 그러면서 메릴린치 등을 통해 TRS 거래로 삼성물산 지분을 사전에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주주 표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반대권을 행사하기 위해 음성적으로 추가 지분을 늘렸다는 얘기다.
엘리엇도 지난 4월 ISD 청구 서면에서 “기존 투자를 보호하고 향후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물산에 대한 기존 TRS를 주식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TRS 해석에 달린 ‘혈세’ 8900억원
엘리엇 ISD의 승패는 이번 검찰 수사와 TRS 거래에 대한 국제법적 해석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중재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한국 정부와 1차 서면 공방 이후 증거개시 절차(심리를 위한 상대방 증거 확보)를 밟고 있다. 본격적인 심리는 내년 초 증거개시 절차가 끝나고 2차 서면 공방을 마친 뒤에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국제중재업계에는 ISD에서 TRS 거래를 통한 주식 취득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한 국제중재 전문가는 “큰손들은 자신의 주식 보유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저가 매입이 어려워진다”며 “주가가 쌀 때 TRS를 이용해 ‘주식 알박기’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 변호사는 “FTA는 실제 주식을 취득한 투자자만 보호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만약 주가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 보유 사실을 잠시 숨기는 ‘파킹성’ 거래도구로 TRS를 활용한 것이라면 자본시장교란 혐의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ISD 중재판정부가 이런 해석에 동의하면 한국 정부의 승소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검찰이 엘리엇을 기소하거나 법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을 인정해도 엘리엇은 불리해진다.
다만 국제중재 사정에 밝은 대형 로펌 변호사는 “TRS 거래를 FTA로 보호해야 하는지 전 세계적으로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며 “엘리엇이 투자한 목적이나 경위에서 순수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합병 시점 삼성물산 주주라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보호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