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날개기금' 10주년 맞아 다국어도서 946권 서울도서관 기증
10년째 다문화가정용 책 기증…토목학계 거목 故송하원 뜻 기려
"한국에 사는 이주민과 다문화 가족들도 공공도서관을 '우리 도서관'으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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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목학계 거목이었던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고(故) 송하원(1959∼2009) 교수의 부인인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 대표는 남편을 기리는 뜻으로 해 온 '송하원 교수의 책날개기금' 사업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름다운재단은 이 기금의 조성 10주년을 맞아 이달 18일 서울도서관에 1천500만원 상당의 다국어 도서 946권을 기증한다고 3일 밝혔다.

네팔·라오스·말레이시아·필리핀 등 12개국 언어로 쓰인 기증 도서들은 한국외대 사회봉사센터의 도움을 받아 재단이 엄선한 것이다.

책날개기금은 송 교수가 암 투병 끝에 2009년 7월 세상을 떠난 직후 박 대표 등 유족이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조성했다.

외국인 유학생도 한국에서 불편 없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하고 모국에 돌아가서도 한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돕자는 송 교수의 뜻을 이어받자는 취지에서다.

박 대표는 "사별한 뒤 '남편이라면 무엇을 좋아했을까'를 곰곰이 생각했다"며 "다양성을 보장하고, 또 이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하는 연구실을 만들자는 게 남편의 비전이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생전에 사비를 털어서라도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을 돕곤 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타지에서 온 유학생들을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기금 규모는 시작할 때 1천만원이었으나 지난 10년간 송 교수를 기억하려는 가족·제자·동료들이 꾸준히 마음을 보태 누적 기부액이 7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이 돈은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정 자녀 등을 위해 지역 도서관과 단체에 다국어 도서와 아동 교육용 도구 등을 지원하는 데 꾸준히 쓰였다.

박 대표는 "대학생 때 캐나다에 간 적이 있는데 한국인들이 도서관에 꼬마를 데려와 한국어책을 읽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며 "다국어 도서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를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떠나지만, 추구했던 정체성은 마음에 남지 않느냐"며 "평소에 소중한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나의 가치는 무엇인지 누구나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