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전운 감돌다 작년 극적 화해 무드…'하노이 노딜' 이후 정체
北美 비핵화-상응조치 둘러싸고 이견 커…협상 동력 살아날지 불투명
北 '통미봉남' 기조에 남북관계도 꽁꽁…'한반도 운전자론'도 위기
[임기 반환점] ⑦ 숨 가빴던 한반도 외교전 '일단 멈춤'…다시 힘낼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한반도는 언제 전쟁의 불꽃이 튀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기가 고조되다가 전례 없는 화해 분위기로 급격한 전환을 이루는 등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부침을 겪었다.

이런 급반전은 현실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크게 좌우됐다.

정부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 했지만, '혼자 손뼉을 칠 수 없는'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2017년 5월 14일 새벽 탄도미사일 1발을 전격적으로 발사하더니 갈수록 도발의 강도를 높여갔다.

미국도 이에 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일촉즉발의 전운까지 감돌았다.

그러더니 2018년의 시작과 함께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적극적인 평화 공세를 펼쳤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한반도에도 마침내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다는 설렘이 퍼졌다.

지금껏 볼 수 없던 북미 정상의 과감한 '톱다운' 외교가 강력한 동력을 제공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이 빛을 발하면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가 성큼 다가오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식었다.

그 여파로 남북관계까지 차갑게 얼어붙었고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앞둔 지금의 한반도는 그간의 활기를 상당히 잃은 모습이다.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이 제공할 상응조치를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 때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등 원론적인 합의만 하면서 건들지 않았던 세부 사항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자 뿌리 깊은 인식의 차가 드러난 것이다.

미국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최종단계를 포함한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 합의하는 등 '큰 그림'부터 그리기를 원했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사실상의 '제재 해제'와 맞바꾸는 데에만 관심을 뒀다.

미국은 '포괄적 합의'를 통해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북한은 '단계적 합의'를 통해 신뢰부터 쌓자는 생각이었다.

[임기 반환점] ⑦ 숨 가빴던 한반도 외교전 '일단 멈춤'…다시 힘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회동을 했지만, 그 흥분도 오래가지 않았다.

오랜 기 싸움 끝에 지난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됐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미국은 북한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계획을 소개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구태의연하다'며 돌아섰다.

이후 북미 간에는 이렇다 할 협상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미국이 낡은 태도를 버리고 새 계산법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미 새 계획을 설명했으니 북한이 이를 검토해 방침을 정할 차례라는 입장이다.

북미 모두 '서로의 코트에 공이 있다'며 기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사그라든 협상 동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외교 소식통은 3일 "북미가 모두 대화판을 엎자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문제는 만나서 얼마나 진전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린다면 연말을 전후로 한반도 위기지수가 다시 높아질 수도 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한 이후 연일 '연말 시한'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내년엔 태도를 달리하겠다는 경고이자 압박이다.

북한이 '레드 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내년 말 대선에서 북한의 ICBM 발사 중단을 주요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에 이만한 카드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김 위원장이 ICBM 발사 버튼을 누른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의 '화염과 분노' 이상으로 강하게 반응할 수 있어 이런 선택을 하기 쉽지 않다.

실무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더라도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까다로운 실무협상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여왔고,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시끄럽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노골적인 통미봉남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의 역할도 상당히 위축됐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선 물론이고 통상적인 남북관계 이슈에 대해서도 남측과 만나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대미협상 창구가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간 것도 한국의 의사를 반영하기 힘든 배경의 하나다.

통일전선부의 남측 카운터파트는 국가정보원으로, 지난해만 해도 김영철 당시 통전부장과 서훈 국정원장 간에 활발한 의사소통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의 남측 카운터파트는 없다.

북한은 헌법상 외국이 아니어서 한국 외교부가 상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