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n스토리] 만화 같은 성공 스토리, 애니메이션 CEO 김승화
부산에 있는 4년 차 스타트업 스튜디오 인요 대표
병아리 '구그'로 성장 가도…이젠 만리장성 넘어 중국 시장 공략
[고침] 경제([휴먼n스토리] 만화 같은 성공 스토리, 애니…)
부산에 있는 한 애니메이션 기업이 만리장성을 넘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중국 기업으로부터 올해 무려 57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냈고, 향후 극장판 에니메이션을 제작해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CEO 나이 34세, 직원 평균 나이 30세, 4년 차 스타트업 기업 '스튜디오 인요'의 이야기다.

연합뉴스는 15일 김승화(34) 스튜디오 인요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만화 그리는 것에 푹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특성화고인 부산영상고등학교 만화 캐릭터 학과를 나왔고, 이후 동명대학교에서 관련 학과를 조기 졸업했다.

그는 젊지만, 업계에서는 벌써 15년 차 이상인 베테랑으로 통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 작업에 참석했고, 대학 재학 중에도 외주 작업을 하며 일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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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 졸업 후 서울과 부산 애니메이션 업체에서 근무하며 본격적으로 경력을 쌓았다.

28세이던 2013년에는 '유후와 친구들 시즌2'라는 작품으로 한국애니메이션 어워즈 연출 부분 '감독대상'을 받았다.

TV시리즈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최연소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31살에 직장을 나와 직원 2명과 함께 스튜디오 인요를 차렸다.

창업에 대한 열망도 있었지만, 기존 애니메이션 업계가 아티스트를 대하는 노동 관행에 대한 반발심도 어느 정도 있었다.

김 대표는 "업계에 야근과 철야가 너무 당연시되는 문화가 있었다.

저도 응급실에 몇 번 실려 가며 쓰러지기도 하고 1년간 어쩔 수 없이 휴식기를 가져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면서 "회사를 차리면서 결심한 것이 후배들한테는 이런 일이 없게끔 아티스트 중심 회사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인 부산에 자리를 잡았다.

김 대표는 "당시 부산에 애니메이션 회사가 많이 없었다.

창작애니메이션 회사 1곳, TV 시리즈 할 수 있는 회사 1곳, 온라인 교육용 애니메이션 회사 1~2곳 밖에 없었다"면서 "부산에 좋은 인재들이 서울로만 유입된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회사를 차린 이후에는 다른 업체들도 부산에 속속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부산애니메이션 협회가 생기고 소속된 업체도 16곳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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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창업 후 첫 작품으로 회사의 운명과 꼭 닮은 애니메이션 '에그구그'를 만들어내며 회사 기반을 다졌다.

부활절 달걀에서 태어난 병아리 '구그'가 전 세계를 돌며 주변 사람과 교류하고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 우리 회사 모습이 갓 태어난 병아리 같았습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성장해 나가는 저희 모습을 닮은 구그' 캐릭터를 그렇게 만들어 냈습니다"고 말했다.

'에그구그'는 2018년 지상파 방송에도 납품됐고, 이후 중국 진출 때도 중요한 발판이 되는 작품이 됐다.

김 대표는 설립 3년 차부터 해외 문을 끈질기게 두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투자를 받으면 10억대 초반일 가능성이 큰데, 작품 하나를 만들면 다음 작품을 걱정해야 하는 게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가 마주한 현실"이라면서 "많은 해외 전시회를 다니면서 보고 깨달은 것은 우리가 만드는 결과물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 한한령 분위기가 여전히 유지돼며 국내 대기업들도 중국에서 발을 빼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언제가 한한령도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중국에서는 '너자'(요괴 이름)라는 애니메이션이 극장 수익만 8천억원대에 이르는 등 엄청난 파급효과를 냈는데, 이런 사례가 중국에서 사업의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인요는 올해 중국 애니메이션 회사인 소취당문화창유한공사와 250억원 규모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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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구그'를 극장판으로 10년간 다섯편으로 제작하는 조건으로 유치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애니메이션 회사인 바이닝으로부터 극장용 애니메이션 2편을 제작하기로 하고 320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두 곳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액을 합치면 무려 570억원에 달한다.

그는 향후 회사를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케릭터 지적 재산권을 이용해 게임, 웹툰 등 다양한 분야 사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45명인 직원도 100여명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산 7개 대학 애니메이션 학과 신규 졸업자들도 많이 채용해 현재 30세 이하 '젊은 기업'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

김 대표는 기존 애니메이션 업계 노동 관행도 타파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파트별로 야간이나 철야가 아예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기존에 있는 회사보다 가장 적은 회사는 맞을 것"이라면서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7시 퇴근하고 있고, 월요일·금요일에는 30분씩 일찍 마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업계 8년 차 이상 팀장급에게는 대학원 교육 기회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고, 직원들에게는 '1순위 가족, 2순위 자신, 3순위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가족과 자신을 먼저 돌본 뒤 일에 집중해 달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