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료원 "국내 의료기기社 해외 수출 이끌 것"
“내년 5월부터 유럽 의료기기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국제 의료기기 임상시험 시행기관(ISO14155) 인증에 맞춘 임상 데이터를 내야 합니다. 고려대의료원이 이 인증을 받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태훈 고려대의료원 국제의료기기임상시험지원센터장(사진)은 최근 “고려대의료원을 통해 국내 중견 의료기기업체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제품을 개발할 때 믿을 수 있는 임상 데이터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달 말 독일 시험인증기관인 티유브이슈드에서 ISO14155 인증을 받았다. 종합병원이 이 인증을 받은 것은 세계 최초다. 유럽은 2012년 공업용 실리콘으로 제조한 발암성 인공 유방 사태 이후 의료기기 규제를 강화하는 의료기기법(MDR)을 제정했다. 내년 5월부터 유럽연합(EU)에 제품을 출시하는 의료기기업체는 MDR을 지켜야 한다. 유럽CE인증을 신청할 때는 ISO14155 규격에 맞춘 임상 데이터를 꼭 내야 한다. 그동안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위한 임상시험을 외국 병원에 맡겼다. 앞으로는 고려대의료원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됐다. CE인증을 받으면 유럽은 물론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도 수출할 수 있다.

고려대의료원이 임상 시스템을 MDR 기준에 맞추고 ISO14155 인증을 준비한 것은 1년 전부터다. 김 센터장은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 교수 43명은 물론 행정직원, 자문인력 등이 참여했다”며 “20억원 넘는 비용이 들었다”고 했다.

고려대안암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연구중심병원이다. 한 의료원에 두 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것은 고려대의료원뿐이다. 대학에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세워 교수 창업도 돕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지난해 기준 고려대의료원이 획득한 지식재산권 170건 중 80건이 의료기기에 관한 것이다. 기술 이전은 29건 했는데 19건이 의료기기 기술이다.

세계 헬스케어 시장은 1조8000억달러(약 2153조7000억원) 규모다. 이 중 21% 정도를 의료기기가 차지한다. 김 센터장은 “많은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려면 더 많은 병원이 참여해야 한다”며 “인증을 받으면서 경험한 노하우를 다른 병원에 전수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