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야구 마케팅’에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 100억원 수준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 야구팬들에게 키움 브랜드를 확실히 알렸다. 숙원 사업인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9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4-1로 이기면서 시즌 3위(85승 1무 57패)를 확정했다. SK 두산과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며 야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막강한 타선과 불펜의 힘으로 3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키움증권은 올해 히어로즈와 5년간 500억원 후원 조건으로 메인 스폰서십을 체결, 야구 마케팅에 나섰다. 그 첫해 히어로즈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기대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00억원이면 요즘 자유계약(FA) 선수 한 명의 몸값”이라며 “그런 선수를 여럿 보유하고도 포스트시즌에 못 나가는 팀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키움증권이 히어로즈라는 저평가 우량주에 투자해 대박을 낸 셈”이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의 모기업인 다우그룹 김익래 회장도 야구단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야구 마니아’인 김 회장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서울 고척돔을 찾아 히어로즈 홈경기를 직접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야구 경기뿐 아니라 고척돔 곳곳을 다니며 마케팅 상황을 살핀다”고 전했다.

키움증권은 히어로즈의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야구 마케팅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제3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이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5월 제3인터넷전문인행 예비인가에서 한 차례 탈락했다.

키움증권 고위관계자는 “야구를 통해 더 많은 금융소비자에게 키움의 인터넷전문은행사업을 알리고 싶다”며 “10월 10일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재도전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