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 물동량 80%가 석유 등 액체화물…폭발 사고 계기로 불안감 커져
위험화물 취급 전국 최대…'화약고 울산항' 우려 비등
최근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선박 폭발·화재를 계기로, 전국에서 액체화물 물동량이 가장 많은 울산항이 '사고 위험을 떠안은 화약고'라는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28일 오전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2만5천881t급 석유제품운반선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인접 선박으로 번지면서 두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 46명이 구조됐다.

그러나 선원 일부, 하역사 직원, 소방대원 등 18명이 다쳤다.

폭발 순간 200m가 넘는 불기둥이 생긴 데다 화재 진화까지 18시간 30여분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가 없는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사고 수습과 함께 화학물질 유출에 따른 해양 방제는 남은 과제다.

울산항은 전국 액체화물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전국 1위 액체화물 중심 항만이다.

올해 1∼7월 울산항 전체 물동량(1억1천744만t)의 81%(9천512만t)가 원유, 화학공업생산품, 석유정제품 등 액체화물이다.

폭발이나 화재, 해양오염 등 사고 위험의 부담을 늘 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화물을 육상에 하역하는 대신 선박에서 선박으로 옮겨 실어 제3국으로 나가는 환적화물 비중 역시 액체화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7월까지 환적 화물량(175만t)의 80.0%(140만t)가 액체화물이다.

위험화물 취급 전국 최대…'화약고 울산항' 우려 비등
액체화물 중 비중이 가장 큰 수입 원유는 해상에 설치된 부이(buoy.바다에서 유조선의 기름을 받아 육지로 이송하는 시설)를 이용해 육상으로 옮긴다.

정유업체가 원유를 이용해 생산한 석유정제품은 각 업체 전용부두에서 선적돼 수출길에 오른다.

반면에 액체화물 환적은 부두에 입항한 선박 간에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선박 노후도, 선원이나 하역작업자 등의 숙련도 등에 따라 사고 위험이 끼어들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번 염포부두 사고 역시 배에서 배로 석유화학제품을 옮겨 실으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30일 "액체화물 환적이 대기업 정유업체의 화물 취급이나 육상에서 이뤄지는 하역작업보다 위험하거나 열악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에 사고가 난 선박도 세계적인 선주사 소유이며, 국제해사기구(IMO)가 정한 기준에 따라 선박 검사도 받았을 것이므로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도 환적 과정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원인 조사가 끝나는 대로 안전관리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관련 매뉴얼에 부족함이 없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