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두고 29일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민심으로 확인됐다며 검찰과 야당을 동시에 압박했다. 보수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뒤 지지 세력이 집결한 것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집회 규모를 “200만 촛불”이라고 의미를 부각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여론 호도를 위한 숫자 부풀리기”라며 “내로남불·조작정권”이라고 반박하는 등 공방이 격해지는 분위기다.

‘서초동 촛불’에 갈린 여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대해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국민의 마음 속 촛불까지 합치면 2000만 명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검찰개혁이란 국민의 뜻은 단호하고 분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폭주를 보다 못해 국민이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집회에 참가하지는 않았다. 시민이 주도하는 집회에 정치권이 개입한다는 오해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대신 개별 의원들이 각자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민병두 의원은 집회 현장에서 올린 페이스북 글에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민란이 일어났다”며 “보라, 검찰개혁을 외치는 민중들의 함성을”이라고 적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걸 의원은 집회 연단에 올라 “윤석열 검찰총장은 스스로 지휘하는 검찰이 (국민의 검찰이 아닌) ‘나의 정치검찰’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고 총장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날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을 통해 집회 현장을 생중계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집회를 조 장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한 압력으로 규정하고 여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7일 문 대통령이 검찰을 향해 ‘수사관행 개혁’을 촉구하며 공개적인 경고장을 날린 뒤 지지 세력이 화답하듯이 집회를 열면서 사실상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게 보수 야당의 판단이다. 이만희 한국당 대변인은 “자신의 맘에 드는 집회는 국민의 뜻, 마음에 안 들면 정치 공세로 몰아가는 게 조작정권의 행태”라고 일갈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여당이 검찰을 흔들어대며 정부 권위와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분열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피의자 조국’을 사수하는 것이 왜 검찰개혁의 상징이 되어야 하는지 국민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지지 세력만 보는 통치는 결국 절대 다수 국민에 의해 집어삼켜지고 붕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국 분위기 반전될까

이른바 ‘조국 정국’의 프레임이 앞으로 어떻게 짜일지를 두고 여야 간 주도권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촛불집회를 계기로 정국의 초점이 ‘조국 의혹’에서 ‘검찰개혁’으로 바뀌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달 반 넘게 이어져온 조국 정국에서 수세 국면에 몰렸던 여권 입장에선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전선의 축을 검찰개혁을 포함한 개혁·민생과제로 옮겨 보수 야권의 조 장관 ‘탄핵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계획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3년 전 엄동설한에 들었던 촛불혁명 시즌 1이 정권교체의 성과를 냈다면 시즌 2는 검찰개혁을 위한 촛불”이라며 “시즌 1에서 못다 이룬 나라다운 나라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야권은 검찰개혁으로 정국 초점이 바뀌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당은 전날 전국 8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연 데 이어 다음달 3일 광화문에서 5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서초동 촛불은 대통령의 신호에 맞춰 특정 이념 세력이 집결한 것에 불과하다”며 “오는 3일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국민들이 ‘진짜 민심’의 분노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