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 목표로 중학생 때부터 6년째 동고동락한 육강우씨 요트 완파
환경미화원 父 대출받아 중고 요트 구매…수리 불가능, 보상도 못 받아 '발동동'
태풍 '타파'때 산산조각난 요트…19세 청년의 꿈도 부서졌다
"산산조각이 난 요트를 보는 제 가슴도 찢어졌습니다.

"
22일 울산 앞바다를 지나간 제17호 태풍 '타파'에 요트를 잃은 육강우(19)씨는 사흘이 지난 25일에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3.5t급 요트는 22일 울산시 동구 일산항에 계류해 있었지만, 태풍이 몰고 온 강풍과 파도에 휩쓸려 다른 요트 1대와 함께 일산해수욕장 백사장까지 떠밀려 좌초됐다.

육씨의 요트는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났다.

수리해서 다시 쓸 수도 없는 지경이다.

올해로 6년째 동고동락했던 요트를 잃은 육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육씨는 "그날 연락을 받고 해수욕장에 나가 그 광경을 봤을 땐 가슴이 찢어졌다"며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태풍 때문에 워낙 위험한 상황이다 보니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태풍 '타파'때 산산조각난 요트…19세 청년의 꿈도 부서졌다
육씨가 이 요트를 갖게 된 것은 배에 대한 관심과 열정 때문이다.

육씨는 초등학교 때 여행에서 타게 된 유람선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는 게 신기해 배에 흥미를 갖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선박과 선박 수리 등을 공부했다.

고장 난 배의 엔진을 고물 가격으로 가져와 직접 뜯어보고 수리를 했다.

육씨는 자신의 진로도 일찌감치 선박 기관사로 정하고 관련 자격증도 땄다.

동력수상레저기구 일반조종면허 1급, 요트 조종 면허, 요트 조종에 필요한 제한무선통신사, 25t급 이하 선박 조종이 가능한 해기사 6급 면허 등을 중학생 때 모두 취득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사업자 등록까지 내고 직접 선박 수리 일을 하며 돈을 벌기도 했으며, 직접 배를 만든 적도 여러 번 있다.

대학도 기계 설계 관련 학과로 선택했다.

이번에 파손된 요트는 육씨가 2014년 중고로 산 것이다.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가 생겨 경차 한 대 정도의 값을 주고 요트를 샀다.

육씨의 부모는 배에 대한 아들의 관심과 열정을 이해해 대출까지 받아 요트값을 마련해줬다.

흔히 요트는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지만, 육씨의 아버지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준공무원일 뿐이다.

태풍 '타파'때 산산조각난 요트…19세 청년의 꿈도 부서졌다
육씨는 "문제가 있던 요트였기 때문에 정상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었다"며 "막대한 수리비를 아끼기 위해 몇 달 동안 직접 수리해서 요트를 탔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공을 들여 관리한 요트를 잃은 육씨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군다나 파손된 요트에 대한 보상을 받을 길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요트 보험이 있지만 항해 중 사고가 아닌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해당하지 않는다.

또 요트는 개인 레저시설로 포함되기 때문에 태풍 피해에 대해 지자체에서 특별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

백사장에 좌초된 요트 잔해도 소유자가 돈을 들여 치워야 하는 실정이다.

태풍 '타파'때 산산조각난 요트…19세 청년의 꿈도 부서졌다
육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온갖 설움을 겪으면서도 6년 동안 용기를 잃지 않고 이를 악물고 버텨 왔다"며 "부품 하나를 사기 위해 막노동을 뛰기도 하고, 매일같이 배에서 생활하면서 꿈을 향해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결과적으로 배가 산산조각이 나게 됐고, 보상을 받을 특별한 수단도 현재로선 없어 아들이 너무나 실의에 차 있다"며 "지켜보는 부모 가슴도 미어진다"고 말했다.

육씨는 "요트를 잃은 상실감이 너무나 크지만, 요트로 하고 싶은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구매할 것 같다"며 "너무 힘들지만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