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이후 21년만의 탄핵정국…내년 11월 대선 앞두고 정쟁 고조
트럼프·민주당 모두에 양날의 칼…"민주당 도박" 평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2년 8개월 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미국 하원의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내년 11월 대선을 13개월여 남겨둔 미 정국은 탄핵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트럼프, '우크라 의혹'에 최대 정치위기…美정가 탄핵 격랑에
내년 재선을 호언장담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자칫 대통령직을 상실할 수도 있는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고, '패권국' 미국의 정치 불안은 글로벌 불확실성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탄핵 심판대에 거명된 역대 미국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등 3명이지만 자의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닉슨을 제외하면 2명의 전직 대통령 탄핵안은 모두 부결돼 탄핵으로 직을 잃은 대통령은 없다.

시간적으로 보면 1998년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이후 미국이 21년 만에 또다시 탄핵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셈이다.

이번 탄핵 추진은 외견상 지난 7월 외국 정상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부고발자의 고발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때 민주당 대선 주자 중 선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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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의 깊은 불신에다 기존 규율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유분방한 특성, 지금까지 줄곧 따라붙었던 도덕성 논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재벌 출신의 '아웃사이더', '이단아'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 이래 2년 8개월간 멕시코 국경 장벽 등 각종 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며 민주당과 극도의 갈등 관계를 지속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은 2016년 대선 때 러시아의 선거 개입 혐의와 관련해 당시 트럼프 선거캠프의 공모 및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 와중에 이미 불거졌던 사안이기도 하다.

미 언론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내년 11월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재선 성공'과 '정권 탈환'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벌어진 대선 전초전이라는 측면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다수석을 이용해 하원에서 탄핵안을 가결하더라도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여건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탄핵 성사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탄핵 카드를 뽑았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당장 상원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 곧바로 폐기하겠다고 공언하며 오히려 민주당이 정치적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복잡한 과정의 첫 단계인 이 극적 움직임은 미국 정치를 위험한 새로운 장으로 밀어넣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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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향후 탄핵 조사가 진행되고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쟁이 격화하고 이전투구식 공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AP통신은 "펠로시 의장이 동료 민주당 의원의 커진 압력에 마지못해 따라가며 매우 분열된 국가를 선거의 해에 의회와 대통령 간 충돌 속으로 몰아넣었다"며 "내년 대선에 깊은 불확실성을 주입했다"고 평가했다.

언론들은 탄핵 추진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민주당 모두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탄핵 조사 도중 불리한 사실이 내용이 드러나거나 여론의 향배가 탄핵 찬성 쪽으로 돌아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다.

반대로 민주당 역시 여론이 무리한 탄핵 추진이라는 쪽으로 형성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탄핵 추진이 이미 분열된 국가를 더욱 쪼개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에 무거운 위험을 창출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다른 기사에서 "민주당의 도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몰아내려는 것이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