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컨티넨탈 바클리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컨티넨탈 바클리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세계사적 대전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싶다”고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인터컨티넨탈 바클리 호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5분간 진행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만간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협상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북한에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비핵화 시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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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15년간 연간 185만t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입과 향후 3년간의 미국 무기 도입 계획 등 ‘선물 보따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다”면서도 북한이 기대한 비핵화의 ‘새로운 방법론’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대북제재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3주 안에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고,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비핵화 협상에 따라 (김정은의) 11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방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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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 참모들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며 “아주 잘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이어진 브리핑에선 회담 성공을 뒷받침할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의 체제 보장이나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협상전략 차원이라는 해석과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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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트럼프 의지 재확인”

청와대는 이날 한·미 정상회담이 지난 8개월간 멈춰서 있던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해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보고 싶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북한에 대해서도 “아주 오랫동안 핵실험이 없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존 평가를 되풀이했다. 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향후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하지만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해나갈 방향을 찾아갈 것”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외신과 전문가들도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북핵 문제의 빠른 해결을 원하는 국가들의 애간장만 태웠다”고 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3차 정상회담을 했을 때 어떤 성과가 있겠는지 묻고 있다”고 전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있어 국민에게 어떻게든 ‘내가 이렇게 잘하고 있다고 선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서로 필요한 말만 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韓과 공적 나눌 생각 없을 것”

이번 회담에서 눈에 잡히는 성과는 두 정상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작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이뤄낸 ‘합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한·미 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 안보의 핵심축(린치핀)으로서 추후의 흔들림도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회담 성과를 강조했다.

다만 북한의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만한 구체적인 ‘당근’은 얻어내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6월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미 회동’ 이후 수개월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지지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 달 만에 이뤄진 이날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며 원만한 미·북 관계를 여러 차례 부각했지만 ‘새로운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진 못했다. 되레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미국과 북한은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기존의 성과를 과시했다.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의제로 삼으려 하고 있는 체제 보장, 제재 완화와 관련해서도 한·미 정상이 똑 부러지는 논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미 정상 논의 과정에서)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언급이 나왔다고만 했을 뿐,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제협력 부문에서는 논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공’을 넘겨받은 북한이 전향적인 반응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 쪽에선 북·미 관계에, 트럼프 쪽에선 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협상과 관련해 한국과 공적을 나눌 생각이 전혀 없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뉴욕=박재원 기자/임락근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