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탑환수위 "의지 다잡을 것"…시청 인근 '소녀상' 옆에 세우기로

일본이 강탈해 간 이천오층석탑 환수 운동에도 불구하고 석탑의 귀향이 여의치 않자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가 시민 모금 운동을 통한 모형 석탑 건립에 나서기로 했다.

日강탈 이천오층석탑 귀향 염원…시민모금으로 모형 건립
같은 형태의 석탑을 이천시청 인근에 세워 시민들에게 이천오층석탑의 존재를 알리고 환수 의지를 다잡겠다는 취지다.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위원장 이상구 전 이천문화원장)는 23일 '기존 이천오층석탑(일본동경 소재) 제작업체 모집 공고'를 냈다.

다음 달 4일까지 석공예 기능사, 문화재 기능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에 있는 이천오층석탑을 본뜬 레플리카 석탑을 만들기로 했다.

내년 6월 30일까지 제작한 뒤 8월 15일 광복절에 제막식을 할 예정인데 건립비용은 시민 모금 운동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천오층석탑은 고려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높이 6.48m의 방형석탑으로 균형미가 뛰어난 이천의 대표적인 석조문화재다.

이천향교 인근에 있던 오층석탑은 1915년 제국주의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 5년 된 날을 기념하는 '시정(施政) 5년 기념 공진회' 행사장 장식을 위해 경복궁으로 옮겨졌다.

이어 문화재 수집광이자 일본의 실업가인 오쿠라 기하지로의 수중에 들어가 1918년 인천세관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됐다.

이후 도쿄 시내 오쿠라 호텔 뒤뜰에 평양 율리사 터에서 반출한 같은 고려시대 석탑인 팔각오층석탑과 함께 나란히 서 있게 됐다.

2003년 재일교포 김창진씨가 이천문화원에 석탑환수운동을 제의해 2008년 8월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가 꾸려졌다.

환수위의 영구임대 제안에 오쿠라문화재단은 같은 수준(보물급 이상)의 문화재와 맞교환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환수위는 전했다.

日강탈 이천오층석탑 귀향 염원…시민모금으로 모형 건립
환수위 관계자는 "올해 오쿠라 호텔을 리모델링하며 석탑의 위치가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쿠라문화재단 측은 여전히 반환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10∼11월께 현지를 방문해 석탑을 다시 확인하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석탑을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천시와 함께 지난 2009년 5월 이천오층석탑 반환에 대비해 시청 옆 이천아트홀 잔디광장에 마련한 공간에 석탑을 세울 계획"이라며 "시민 모두가 석탑의 존재를 잊지 말고 환수 의지를 다잡자는 취지를 담겠다"고 덧붙였다.

석탑이 세워질 자리 바로 옆에는 지난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에 제막된 '평화와 인권의 영원한 소녀 김복동상'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