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보다 한인 2세,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좋은 영향 주고 싶다"
교포 선수 안 "크리스티 대신 혜림 응원 좋았어요"
"크리스티 말고 혜림이라고 불러줘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
부모님의 나라에서 열린 대회에서 8강까지 오른 교포 선수 크리스티 안(93위·미국)이 한국 팬들의 응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안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총상금 25만달러) 단식 준준결승에서 2번 시드의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39위·러시아)에게 1-2(7-6<7-0> 4-6 4-6)로 분패했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부모가 모두 한국 사람인 안에게 일방적인 성원을 보냈다.

경기를 마친 뒤 안은 "이겼다면 좋았겠지만 매우 아쉬운 결과"라면서도 "많은 분이 오셔서 응원해주셔서 영광이었고, 특히 크리스티보다 한국 이름인 '혜림'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어 더 의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실 가족 외에는 혜림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그 호칭이 익숙하지는 않아도 좋은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교포 선수 안 "크리스티 대신 혜림 응원 좋았어요"
올해 27세인 안은 미국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스탠퍼드대 출신이다.

15일에 끝난 US오픈에서 16강까지 진출하며 세계 랭킹 100위 벽을 깼으나 그전까지는 '스탠퍼드대 졸업장'을 갖고 테니스 선수를 하는 것에 대해 집안 반대가 컸다는 사연도 잘 알려진 선수다.

안은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각자의 길이 있는 법"이라며 "저는 대학을 거쳐 프로 선수가 됐지만 선수 생활이 끝나면 실리콘 밸리에서 직업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부모 역시 안이 세계 랭킹 200위대를 전전할 때는 "앞으로 3년만 더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은 "다른 직업을 택하면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도 총상금 2만5천달러 대회에 뛰는 것에 대해 반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저는 직업의 안정성보다 제 열정을 찾아 택한 것"이라고 테니스 선수의 길을 걷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교포 선수 안 "크리스티 대신 혜림 응원 좋았어요"
이번 대회 8강에 오르면서 다음 주 세계 랭킹에서 90위 벽을 깰 것으로 보이는 그는 "저는 랭킹에 대한 목표보다는 한인 2세,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3세트에서 먼저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했지만 끝내 승리로 연결하지 못한 안은 "팔꿈치 상태가 요즘 안 좋았는데 오늘은 통증이 있었다"며 "US오픈 16강 이후로 더 높은 랭킹의 선수를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이번 대회 소득"이라고 자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