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사건 담당 형사의 2005년 편지 "꼭 만나야 하니 죽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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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좇았던 형사 하승균
공소시효 만료 전 안타까움 담은 편지 재조명
용의자 특정에도 “아쉬운 마음이 가장 커”
김복준 "공소시효 지났지만 정의 증명"
공소시효 만료 전 안타까움 담은 편지 재조명
용의자 특정에도 “아쉬운 마음이 가장 커”
김복준 "공소시효 지났지만 정의 증명"
최악의 미제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된 가운데 2005년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가 범인의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쓴 편지가 재조명됐다.
점잖은 어투 속에서도 용의자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이 편지는 그 무렵 진행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됐다.
편지를 쓴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팀장이었던 하승균 전 총경은 현재 70대가 됐다. 그는 편지서 용의자를 ‘악마’라 부른다. 범인의 존재를 상시 잊지 않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하 전 총경은 “몇 달씩 집에도 안 들어가고 자네를 잡으려고 미친놈처럼 다녔어. 마누라와 애들 생일은 몰라도 자네가 저지른 범행날짜와 시간, 형태는 아직도 줄줄 외우고 있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자네가 죽인 사람 가운데는 70세가 넘은 노파도 있었어. 어머니 생각은 안 나던가”라며 “갓 새댁도 있었고 꽃다운 스무 살 처녀와 앳된 여고생·여중생도 있었어.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 않던가”고 말하며 범인에 대한 울분을 토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마지막 10차 사건은 1991년 4월 3일에 발생했다.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 2006년 4월2일 공소시효가 만료돼 범인이 특정됐지만 이제 법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됐다.
이 편지에는 범인의 공소시효 만료에 대한 하 전 총경의 억울함도 담겨있다.
그는 “자네를 잡아도 7차 사건까지는 죄를 물을 수 없네. 8차사건 범인은 잡혔지만, 9차 사건의 공소시효도 다음달로 다가왔고 마지막 10차 사건은 내년 4월에 만료된다고 하네”며 “나도 2006년이 정년이야. 시효만료에 담당형사는 정년이라 자네는 꼭 내 손으로 수갑을 채우려고 했는데 이제 그 수갑도 반납해야 해”라고 적었다.
말미에는 범인을 잡지 못한 죄책감 또한 드러냈다. 그는 “자네를 잡으면 결코 법정에 세우지 않고 내 손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지. 하지만 그러면 뭘 해. 난 결국 자넬 잡지 못했고 나를 바라보는 후배들이나 피해자 가족들에겐 평생 죄인으로 남게 됐네”고 말했다.
하 전 총경의 편지는 범인에게 “내가 없더라도 우리 후배들이 자넬 반드시 잡을 거야. 그러니 부디 나보다 먼저 죽지 말게. 우리 꼭 만나야지. 안 그런가”라고 경고했다.
결국 그에게 이 사건은 평생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퇴직 후에도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파헤쳐왔다.
33년이 지나서야 후배 경찰들이 용의자를 특정됐다. 하 전 총경의 현재 심정은 남달랐다.
하 전 총경은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돼 진범을 잡더라도 처벌을 못 한다고 한다"며 "용의자의 실제가 밝혀져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화가나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이어 “흉악범죄 피해 가족들의 원통함을 풀어지기 위해서는 얼마가 걸리든 잡은 범인을 반드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며 흉악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빨리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담당형사이자 하 전 총경과 함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주인공이었던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 의뢰’를 통해 용의자 특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놀라운 뉴스다. 소식을 듣고 감격에 벅차올랐다. 감격에 벅차오르는 하루가 시작됐다”라며 “이제 포천여중생 살인사건만 해결된다면 형사의 소명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 형사님께 축하인사를 드리니 당연한 결과라고 말씀하시며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하늘이 있고, 정의가 살아 있음이 증명됐다고 했다”며 “그래야 모두가 안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9일 경기남부경찰청 브리핑에 따르면 총 10차례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5·7·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현재 살인죄로 25년째 복역중인 이모(56)씨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DNA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감정을 통해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 국과수 재감정을 통해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이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3건과 모방 범죄로 판명이 난 8차 사건을 제외한 다른 6건의 사건에서도 이씨의 DNA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이씨는 1,2차 경찰조사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는 1995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
점잖은 어투 속에서도 용의자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이 편지는 그 무렵 진행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됐다.
편지를 쓴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팀장이었던 하승균 전 총경은 현재 70대가 됐다. 그는 편지서 용의자를 ‘악마’라 부른다. 범인의 존재를 상시 잊지 않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하 전 총경은 “몇 달씩 집에도 안 들어가고 자네를 잡으려고 미친놈처럼 다녔어. 마누라와 애들 생일은 몰라도 자네가 저지른 범행날짜와 시간, 형태는 아직도 줄줄 외우고 있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자네가 죽인 사람 가운데는 70세가 넘은 노파도 있었어. 어머니 생각은 안 나던가”라며 “갓 새댁도 있었고 꽃다운 스무 살 처녀와 앳된 여고생·여중생도 있었어.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 않던가”고 말하며 범인에 대한 울분을 토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마지막 10차 사건은 1991년 4월 3일에 발생했다.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 2006년 4월2일 공소시효가 만료돼 범인이 특정됐지만 이제 법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됐다.
이 편지에는 범인의 공소시효 만료에 대한 하 전 총경의 억울함도 담겨있다.
그는 “자네를 잡아도 7차 사건까지는 죄를 물을 수 없네. 8차사건 범인은 잡혔지만, 9차 사건의 공소시효도 다음달로 다가왔고 마지막 10차 사건은 내년 4월에 만료된다고 하네”며 “나도 2006년이 정년이야. 시효만료에 담당형사는 정년이라 자네는 꼭 내 손으로 수갑을 채우려고 했는데 이제 그 수갑도 반납해야 해”라고 적었다.
말미에는 범인을 잡지 못한 죄책감 또한 드러냈다. 그는 “자네를 잡으면 결코 법정에 세우지 않고 내 손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지. 하지만 그러면 뭘 해. 난 결국 자넬 잡지 못했고 나를 바라보는 후배들이나 피해자 가족들에겐 평생 죄인으로 남게 됐네”고 말했다.
하 전 총경의 편지는 범인에게 “내가 없더라도 우리 후배들이 자넬 반드시 잡을 거야. 그러니 부디 나보다 먼저 죽지 말게. 우리 꼭 만나야지. 안 그런가”라고 경고했다.
결국 그에게 이 사건은 평생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퇴직 후에도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파헤쳐왔다.
33년이 지나서야 후배 경찰들이 용의자를 특정됐다. 하 전 총경의 현재 심정은 남달랐다.
하 전 총경은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돼 진범을 잡더라도 처벌을 못 한다고 한다"며 "용의자의 실제가 밝혀져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화가나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이어 “흉악범죄 피해 가족들의 원통함을 풀어지기 위해서는 얼마가 걸리든 잡은 범인을 반드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며 흉악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빨리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담당형사이자 하 전 총경과 함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주인공이었던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 의뢰’를 통해 용의자 특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놀라운 뉴스다. 소식을 듣고 감격에 벅차올랐다. 감격에 벅차오르는 하루가 시작됐다”라며 “이제 포천여중생 살인사건만 해결된다면 형사의 소명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 형사님께 축하인사를 드리니 당연한 결과라고 말씀하시며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하늘이 있고, 정의가 살아 있음이 증명됐다고 했다”며 “그래야 모두가 안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9일 경기남부경찰청 브리핑에 따르면 총 10차례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5·7·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현재 살인죄로 25년째 복역중인 이모(56)씨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DNA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감정을 통해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 국과수 재감정을 통해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이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3건과 모방 범죄로 판명이 난 8차 사건을 제외한 다른 6건의 사건에서도 이씨의 DNA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이씨는 1,2차 경찰조사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는 1995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