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2000만배럴 공급 거절
피폭시설 생산 차질 장기화 조짐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는 이라크 국영석유판매사(SOMO)에 원유 2000만 배럴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라크 국영통신은 SOMO가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이라크 외 다른 외국 정유기업에도 원유를 수입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정유업체 사라스SpA의 다리오 스캐파르디 최고경영자(CEO)는 “아람코가 16일 석유제품 구매를 문의했다”고 WSJ에 밝혔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파트너는 “사우디가 그들의 주장만큼 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달 말 생산 손실을 완전히 복구할 것이며 11월 말까지는 생산능력을 120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최근 자국 기업에 돌아가는 원유를 일평균 100만 배럴 정도 줄였다. 아낀 원유를 주문받은 수출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수출량을 채우기 위해 원유 품질 조정에도 나섰다. 아람코는 인도 정유사들에 원래 주문한 경질유 대신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중질유를 보내겠다고 통보했다. 세계 원유 공급의 10%를 차지해온 사우디는 이번 석유시설 피격으로 기존 하루 평균 생산량의 절반인 570만 배럴가량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아람코 측은 이달 말까지 산유량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파하드 압둘카림 아람코 남부석유시설 책임자는 20일 피습 석유시설 두 곳 중 하나인 쿠라이스 유전 피격 현장을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달 말 안에 쿠라이스 유전 산유량이 완전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하루 24시간, 주 7일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원유업계 전문가들은 아람코가 주장한 시일 내에 원유 생산량이 회복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며 “사우디가 이달 내 산유량을 정상 수준으로 올릴 수 없다는 의심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아람코 기업가치 방어에도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공개(IPO) 지연과 피격 사건이 겹치면서 아람코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사우디 정부가 자국 부호들에게 상장 공모 때 아람코 지분을 대거 사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압박을 받은 부호 대부분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7년부터 작년까지 반부패 수사를 명목으로 체포해 조사했던 이들로 알려졌다.
한편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도 이란은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지키기 전까지는 미국과 마주앉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도 일축했다.
진정되던 국제 유가는 강보합세로 돌아섰다. 사우디 산유량 회복 일정과 중동 정세가 불투명해진 영향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03%(0.02달러) 오른 58.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1.3%(0.80달러) 상승한 64.40달러에 마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