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시도 도축장 이용하던 농가 고충…"조치 과하다" 완화 요구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입을 막기 위해 경북도가 지난 19일부터 돼지와 돼지 분뇨의 다른 시·도 반입·반출을 3주간 금지하기로 하자 지역 축산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북 돼지 반입·반출 금지 조치에 도축 막힌 축산농가 시름
다른 시·도에서는 돼지와 분뇨 외부 반입만 금지할 뿐 반출은 제한하지 않고 있고, 경남과 전북에서는 ASF 발생 시·도에서의 반입만 금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경북도가 상당히 강도 높은 대응책을 시행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도와 도내 각 시·군 축산과에는 제재가 지나치다며 민원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도내 돼지 도축장은 9곳에 불과해 인근에 도축장이 없어 다른 시·도 도축장을 이용하는 축산농들은 당장 돼지를 출하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돼지 분변도 수일째 축사에 쌓여 악취를 유발하고 있다.

도에 따르면 경북지역 돼지 사육 농가와 사육두수는 모두 743가구 150여만마리로 충남,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다.

돼지 사육 농가가 모두 71가구(전체 12만5천여마리)로 도내에서 영천 다음으로 돼지 사육을 많이 하는 경주의 경우 도축장이 없어 축산농들 어려움이 더욱 크다.

경주 외동에서 돼지 3천여마리를 키우는 배모씨는 "경주지역 돼지 농가는 보통 경남, 부산 쪽으로 납품 계약이 된 곳이 많아 그런 농가들이 지금 큰일이다"며 "저는 울산지역에 계약돼 있는데 어제 울산 업체가 영천으로 와 영천에서 도축해갔다"고 말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경주 돼지 농가 절반 이상이 부산, 울산지역 도축장을 이용하는 실정이어서 사정이 심각하다.

경주시 관계자는 "농장주들이 방역에는 모두 만족해하지만 당장 도축을 못 하거나 분변 처리가 곤란하니 민원 전화가 상당히 많이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내에서 경주 다음으로 돼지를 많이 기르는 영천의 경우 도축장이 있는데도 지난 19일 경주 등 다른 시·군 도축 물량이 몰려 이날 하루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영천에는 돼지 농가 84곳에서 20만마리 이상을 기른다"며 "평소에도 지역에서 도축 물량을 다 감당하지 못해 일부 농장주는 경남에서 도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축산농들은 경북도 ASF 조치가 과하다며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천 대창면에서 돼지 7천여마리를 기르는 한모(47)씨는 "당장 농장에서 돼지를 출하하지 못하고 업체들은 돼지를 구하지 못해 작업을 못 하는 상황인데 3주 뒤에도 원래처럼 원만해지리란 보장이 없다"며 "행정당국의 조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충청, 경남, 부산 등지에서 도축해온 지역 축산농들 사정을 고려해주면 좋겠다"며 고 말했다.

영천 청통면 돼지농장주 권모(52)씨는 "ASF의 중대성을 잘 알고 있고 경북도가 발 빠르게 대응하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경북지역이 돼지 사육두수도 많고 ASF가 발생지와도 많이 떨어져 있으므로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 뒤 유연하게 대처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경북 돼지 반입·반출 금지 조치에 도축 막힌 축산농가 시름
경북도 관계자는 "치사율이 높고 백신이 없는 ASF의 발생이 엄중한 상황으로 보고 특단의 조치를 했다"며 "ASF 발생 후 이틀간 일시이동중지 명령이 있어서 초반에 도축장마다 도축 물량이 몰렸지만 며칠이 지나면 완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