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청 한복 토론회…"기준 필요" vs "취향 존중해야"
소매 없는 저고리·반짝이 치마…퓨전 한복 범람에 의견 분분
경복궁 등 고궁 인근에서는 형형색색의 퓨전 한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복을 입은 관람객은 고궁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국내·외 방문객을 가리지 않고 대여업체에서 한복을 빌려 입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매 없는 저고리나 반짝이가 달리 치마 등 서양의 드레스와 구분하기 어려운 퓨전 한복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면서 한복의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한복 바르게 입기 토론회'에서도 최근의 한복 착용 문화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박현주 ㈔한복기술진흥원 원장은 "현재 치마와 저고리는 조선 시대 중기 이후 옷이 그대로 머물러 있다"며 "사회는 사업화돼 가는데 옷만 변하지 않다 보니 불편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원장은 "현재 한복은 무분별한 착장(着裝) 분위기로 인해 청소년의 놀이 문화로 전락했는데 이제는 고급문화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문자 수원대 의류학과 교수는 "민속복은 아우트라인(틀)을 잡아주지 않으면 급격하게 변하는 만큼 어느 정도 범주를 정해줘야 한다"며 한복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로 ▲ 소매를 자르거나 깃 없는 저고리 ▲ 길이가 짧은 치마 ▲ 저고리 없이 치마만 입는 한복 등을 꼽았다.

반면 한복을 전통의 틀 안에 가둘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한복 디자이너 이승주 씨는 "바르게 입는다는 기준과 당위성을 누가 정하는지 의문"이라며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는 건데 전통이 이러니 바르게 입으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소매 없는 저고리·반짝이 치마…퓨전 한복 범람에 의견 분분
권미루 비영리단체 한복활동가는 "취향과 미감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제한을 두는 건 개인의 선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한복의 진정한 가치가 뭔가를 먼저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복대여업계는 퓨전 한복의 범람은 수익성 측면에서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귀식 한복대여업협회 대표는 "업체들은 10∼30대 젊은 층의 선호도에 맞는 옷을 만들어 입힐 수밖에 없다"며 "좋은 전통 한복을 제대로 된 가격으로 제공하고 싶지만, 돈이 목적인 만큼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종로구는 2013년부터 한복입기 운동을 펼치며 2016년부터는 매년 한복 축제를 열고, 찾아가는 한복수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지난해 토론회에서 과도하게 변형·왜곡된 퓨전 한복 착용자의 고궁 무료 관람을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영종 구청장은 "우리 뿌리와 전통을 지키며 한복을 입어야 한다"며 "이번 자리가 한복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