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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의사실 공표죄' 논란 가열…"알 권리와 조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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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변협 토론회…"공적인물·중대 피의사실 등은 기본권 제한 가능"
    "형법 개정·수사공보법 제정 필요"…위원회 형태 결정, 반론권 도입 제안도
    '피의사실 공표죄' 논란 가열…"알 권리와 조화 필요"
    조국(54) 법무부 장관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쟁점화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두고 "상위 법령의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18일 오후 대한변호사협회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발제를 통해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의 관계를 고려해 형법의 피의사실공표죄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헌법상 가치와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사실상 사문화된 피의사실공표죄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경찰청 훈령으로 운영되는 수사기관의 현행 공보 준칙·규칙은 법 체계 구조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법무부와 여당은 이 훈령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수사 내용을 비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피의사실 공표' 오랜 논란…검찰 '조국 수사' 이후 다시 쟁점화
    형법 126조에 규정된 피의사실공표죄는 수사기관이 공판을 청구하기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다.

    그러나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분석한 결과 지난 11년간 피의사실공표 사건이 347건 접수됐으나 기소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수사기관이 이처럼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을 악용해 필요할 때는 피의사실을 흘려 피의자를 압박하고, 반대로 언론 보도가 부담스러우면 취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한 것을 계기로 사회적 논란이 커졌고, 법무부 훈령인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 공보 기준으로 활용됐다.

    이 문제는 최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를 앞두고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것을 계기로 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이 불법으로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려 조 장관 등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여당과 당정협의를 거쳐 수사 내용의 언론 공개가 더 까다로워지도록 공보준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훈령 명칭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바꾸고, 법무부 장관이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할 수 있도록 벌칙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해받기 쉬운 시점에 개정을 추진하면서 '오비이락'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이날 토론회는 관심을 끌었다.

    '피의사실 공표죄' 논란 가열…"알 권리와 조화 필요"
    ◇ "피의사실 공표죄, 무조건 비공개하란 것 아냐…알 권리 감안해야"
    토론회에서 김상겸 교수는 피의사실공표죄가 피의자의 인격과 명예 등 기본권을 보호하라는 헌법의 요구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헌법상 모든 기본권은 제한이 가능한 만큼, 피의사실공표죄가 보호하는 가치도 다른 헌법상 기본권과 비교해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서 피의자의 기본권과 충돌하는 대표적인 헌법적 가치는 국민의 알 권리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 과정·결과를 국민에게 알릴 책무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미국·영국·독일 등 많은 국가가 피의사실공표죄를 입법화하지 않은 것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피의사실이 중대하고 명백한 진실이거나 피의자가 공적 인물인 경우 기본권의 과도한 침해 문제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의사실공표죄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공소 제기 전에는 무조건 수사상황을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인격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의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 "수사공보준칙, 법적 근거 미비…형법 개정· 관련법 제정 필요"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부·여당의 공보준칙 개정 추진 움직임 자체를 논점으로 삼아 토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법령 체계상 하위 규범에 속하는 훈령으로 상위 규범인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의 예외를 규정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김 교수는 "법무부 훈령의 수사공보준칙은 법률적 근거가 미비한 가운데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며 "위반자에 대한 처벌도 미흡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피의사실공표죄 형법 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이를 개정하면서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로 예외를 설정하고, 이 예외에 대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경우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해 현행 수사공보준칙의 미비점을 보완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대한변협 사법인권소위원회 소속 김지미 변호사는 각론 차원에서 중대 범죄자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처럼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서도 일종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미디어의 발달로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위험성이 커진 만큼 법정형을 상향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등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그는 밝혔다.

    윤승영 경찰청 수사기획과장은 공보 방법도 제한해야 '수사 관계자'라는 불분명한 출처를 내세운 보도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법률안에 포함된 '반론권'을 피의사실공표죄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의사실 공표죄' 논란 가열…"알 권리와 조화 필요"
    ◇ "피의사실 공표, 뿌리 뽑아야 할 관행" vs "알 권리와 법익 조화시켜야"
    이날 토론회는 첨예한 논란 속에서 열린 만큼, 주최자들이나 이해 당사자들 간 입장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조응천 의원은 인사말에서 "수사 편의를 위해 피의자를 망신 주고, 여론을 유리하게 몰아 법원에 잘못된 예단을 갖게 하는 것은 뿌리 뽑아야 할 폐단"이라며 "이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보다 엄격한 법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자료집을 통해 공개한 축사에서 "피의사실 공표는 전직 대통령도 죽음으로 내몬 사악한 범죄행위"라며 "이후에도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인권을 짓밟는 사례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조 장관의 청문회 과정을 언급하며 "사법개혁의 험로를 다시금 들여다본 한 달이었다"며 "피의사실 공표를 비롯해 권력기관의 낡은 관행을 뿌리 뽑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동 주최자인 대한변협 이찬희 회장은 "피의사실 공표로 당사자가 받을 불이익을 최소화하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등 법익과 조화롭게 양립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수사의 공보행위와 피의사실 공표죄가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사공보 대상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축사에서 "수사 사건의 내용이 대중에 알려지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하는 과제"라며 "일정한 기준을 형성하는 어렵고 긴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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