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초연에 무용계 경악…관객, 중도 퇴장하기도"
세계적 안무가 매튜 본 인터뷰
청순가련은 잊어라…파란 일으킨 '근육질' 백조가 돌아왔다
세련된 기획력을 자랑하는 LG아트센터의 얼굴과도 같은 작품이 있다.

바로 영국 출신 세계적 안무가 매튜 본의 히트작 '백조의 호수'다.

고전 발레 대명사인 '백조의 호수'를 남성 버전으로 재창조해 1995년 초연한 이 작품은 2003년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 이래 재공연을 거듭하며 8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한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가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도 만날 수 없던 '백조의 호수'가 이달 말 9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안무가 매튜 본을 18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청순가련은 잊어라…파란 일으킨 '근육질' 백조가 돌아왔다
매튜 본은 동화 같던 원작의 스토리를 과감하게 집어던졌다.

배경은 현대 영국의 왕실이다.

왕실의 외로운 왕자와 환상 속 백조 사이에서 펼쳐지는 슬픈 이야기를 댄스 뮤지컬 형식으로 담았다.

매튜 본은 왕실을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매우 시사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게 만들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그중 가장 큰 아이디어는 '남성 백조'였고, 두 번째가 영국 왕실의 스캔들이었다"면서 "마침 우리가 작품을 만들 때 다이애나비와 찰스 왕세자, 앤드루 왕자의 전(前) 부인 세라 퍼거슨, 마거릿 공주에 대한 뉴스가 매일 언론에 등장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었던 적이 없고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 왕자를 내세운 것은 매우 시사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에는 가녀린 발레리나들을 찾아볼 수 없다.

백조의 섬세한 군무를 근육질 상체를 드러낸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적이고 관능적인 춤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배경도 신비로운 느낌의 호숫가에서 런던 뒷골목 술집까지 환상과 현실의 공간을 오간다.

이에 대해 매튜 본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던 '백조의 호수' 이미지를 지워버릴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남성 백조들이 그런 역할을 잘 해냈다"고 흡족해했다.

청순가련은 잊어라…파란 일으킨 '근육질' 백조가 돌아왔다
작품은 남자 백조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받는 왕자라는 설정 탓에 종종 동성애를 다룬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과거 인터뷰에서 매튜 본은 이런 해석에 다소 거리를 둬 왔다.

그는 "처음 공연할 때 종종 '중간퇴장' 하는 관객들이 있었다.

보통 남성 관객들이었고, 남성 백조와 왕자가 함께 춤추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며 "몇 년이 지나고 작품이 알려질수록 관객 태도는 바뀌었다.

지금은 그런 문제를 겪지 않는다"고 했다.

시대가 바뀐 만큼 동성애 코드를 굳이 부인할 필요가 없지 않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백조의 호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게이 백조의 호수'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것은 저희 목표가 아니었지만 이야기 안에 분명히 그러한 요소가 있다.

그것이 게이 관객들에게 매우 의미 있었을 것이고,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것을 함께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게이와 동성애는 25년 전보다 훨씬 많이 영화 주제로 다뤄진다.

저희는 1987년부터 게이와 동성애를 주제로 다뤘고, 그 부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내한에서는 신선하게 다듬은 무대와 조명, 의상을 감상할 수 있다.

새로운 조명 디자이너인 폴 콘스타블과 새로운 무용수 윌 보우지어, 맥스 웨스트웰이 합류해 파워풀한 에너지를 더한다.

매튜 본은 "새로운 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본 관객들은 아마도 우리가 만든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같은 작품을 봤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작은 부분에서 수백 가지 변화를 줬다"고 귀띔했다.

관객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가 돌아올 때마다 한국 관객들이 매우 따뜻하게 맞아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팬들에게 새로운 버전의 '백조의 호수'와, 새로운 세대의 무용수들을 소개하게 돼 기대됩니다.

여러분의 반응이 어느 때보다 더 멋질 것을 기대합니다.

"
공연은 10월 9일부터 2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관람료 6만∼14만원.
청순가련은 잊어라…파란 일으킨 '근육질' 백조가 돌아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