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주미공사 박정양이 131년 전 쓴 친필 편지 발견
고종이 파견한 초대 주미 전권공사인 박정양(1841~1905·오른쪽)이 1888년 6월 1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서울로 부친 131년 전 친필 편지(왼쪽)가 발굴됐다. 일제가 대한제국의 국권을 빼앗은 1910년 경술국치 이전에 미국 공관원이 작성한 편지 중 현존 유일본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고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7일 민병용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역사박물관 관장에게서 박정양이 조선에 파견된 미국인 육군교사(군사교관) 존 G 리에게 보낸 서한을 지난 7월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가로 24.8㎝, 세로 20.0㎝이며, 상단에 공사관 전용지임을 나타내는 영어 문구인 ‘리게이션 오브 코리아, 워싱턴(LEGATION OF KOREA, WASHINGTON)’이 찍혀 있다. 편지지 오른쪽에는 한자, 왼쪽에는 영어로 적었다. 필체나 필기도구로 보면 작성자가 다를 가능성이 있지만 한자는 박정양 서체로 보인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이 131년 전 쓴 친필 편지 발견
한문 편지에는 리가 서울에 잘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연무공원(鍊武公院)은 이미 개설됐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군대 위용이 이제부터 더욱 빛날 터이니 대인이 뜻과 마음을 다해 가르쳐 정예병으로 키워 달라”는 당부를 담았다. 연무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관 양성 교육기관으로 1888년 설립돼 1894년까지 존속했다.

마지막 부분에는 무자년(戊子年) 5월 2일(음력) 박정양이라고 쓰고 사인에 해당하는 수결(手決)을 했다. 영어 편지는 안부를 묻고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간략한 내용을 담았다.

이 편지는 2005년 재미동포 고 맹성렬 씨가 경매에서 구입한 뒤 지난 5월 한인역사박물관에 기증했고, 재단이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와 함께 박물관 유물을 조사하던 중 그 존재를 확인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