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홍콩 시위자들, 당국과 쫓고 쫓기는 게임에 도구 활용"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이 자신들의 신원이 중국에 수집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마스크와 우산, 검정색의복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최근 대규모 시위에 참석한 20대 초반의 칼 차우는 법을 위반할 계획은 없었지만, 신원을 감추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다.

"中 감시 피하려"…홍콩 시위 필수품 된 마스크·우산·검정옷
그는 "주변에 많은 카메라가 있고 누가 옆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젊은 시위자들은 시위 참석이 평생 자신들을 따라다닐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경찰은 현재까지 약 1천450명의 시위자를 체포했다.

시위자들은 자신들의 신원이 중국에 의해 디지털 방식으로 수집돼 미래에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는 증거는 거의 없지만 안면 인식 기술 등의 진화 는 중국을 가장 공격적인 감시국가 중 하나로 만들었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평화로운 시위자들조차도 자신들을 감추는 조치를 취한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당국이 특정인을 지목하기 어렵게 검은 옷을 입거나 마스크, 스카프로 얼굴과 목 등을 가리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미 보안 카메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산을 갖고 다닌다.

가스 마스크, 헬멧, 고글까지 착용하기도 한다.

시위자들은 또한 비밀채팅을 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사용해 향후 시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차우가 시위에 참석했던 날 일부는 감시 카메라를 파괴하려 했고 일부는 우산으로 이러한 광경을 막기 위해 주변에 둘러섰다.

그는 "우리는 홍콩이 중국처럼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WSJ에 말했다.

지난 4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송환법을 공식 철회했지만, 지난 6월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