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릭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전략비축유 방출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폭으로 국제 원유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면 전략비축유를 풀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럴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페리 장관은 이날 미 CNBC에 출연해 전략비축유 방출과 관련, 미국이 유가 급등을 상쇄하기 위해 긴급 원유 비축량을 사용해야 할지 언급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dpa통신은 “페리 장관이 전략비축유가 필요하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페리 장관이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상당 양의 비축분에 의지할 수 있으며, 현재 사우디 생산량의 타격을 평가하고 있어 미국의 전략비축유 활용을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페리 장관은 앞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원유 가격 안정을 위해 미국이 비축유를 방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트윗을 통해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근거로, 나는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출되는 원유량은)필요한 경우 시장에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만큼 충분한 양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페리 장관의 발언에 비춰보면 미국은 ‘필요한 경우’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겠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제유가는 한국 시간 16일 오후 4시40분 기준으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모두 전 거래일보다 13% 가량 뛰었다.

페리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다른 행정부 관료들처럼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페리 장관은 “우리는 이란이 행동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순 없다는 메시지를 국제적으로 보낼 시간”이라며 “그들은 국제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석유 공급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제정신이 아닌 이웃을 두는 것이 정말 문제라는 걸 이해하는 중동의 우리 친구들 모두 연합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에 대해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을 통해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 상태”라며 군사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