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혁신학교 10년] ② 졸업생 "학교선 누구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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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진로선택에 도움줘"…"골고루 행복하게 수업받던 곳" 회고
2014년 남양주 소재 혁신학교 호평중학교를 졸업한 이경화(22)씨는 고등학생 때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여느 또래처럼 공부하는데 하루 대부분을 보냈던 이씨는 문득 '나는 누구인지', '공부를 잘해야 좋은 사람인 건지' 등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곧바로 학교를 그만두고 '나 자신'을 공부하는 데 2∼3년을 보냈다.
자신에 관한 공부를 어느 정도 마친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배웠고 이와 관련된 일을 의뢰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14일 "선생님들은 '고등학교에 꼭 입학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학생들 고민에 '너희들이 안정적인 길을 따르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생활하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면 응원한다'는 말을 해주셨다"며 "이런 말씀이 지금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혁신학교 입학 전까지만 해도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되기 위해 애를 썼다고 전했다.
하지만 막상 중학교에 입학해보니 학교는 성적보다 성실한 수업 태도, 모둠 활동을 통한 친구들과 교감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씨는 차츰 혁신학교 분위기에 적응해 나갔다.
수업 내용도 다른 일반 학교와 달랐다.
이씨는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역사와 국어 과목이 합쳐진 '융합 수업'을 꼽았다.
이때 주제는 다산 정약용이었는데, 역사 시간에는 당시 사회적 배경을 배우고 국어 시간에는 다산의 저서를 읽고 토론했다.
이씨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수업이라서 기억에 남는다"며 "시간에 쫓겨 기본적인 내용만 짚고 넘어가지 않다 보니 생각의 폭이 깊어진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학교에 다닌 방혜주(22)씨는 혁신학교를 모든 아이가 골고루 행복하게 수업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성적순으로 학생의 서열을 매기지 않고 교우 간 공동체 의식을 느끼도록 독려하는 분위기가 차별점이었다고 강조했다.
방씨는 "성격이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수업 주제에 따라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며 "교실 안에서 비주류와 주류로 나뉘지 않다 보니 학생으로서 '한 명 한 명이 서로 소중하구나'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은 수학 선생님이 흰 종이를 주고 점들을 찍어본 다음 선을 그리게 했는데, 수학 원리를 근본적으로 탐구하는 시간이었다"며 "어렵지 않게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할 수 있도록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던 점이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졸업생들은 혁신학교 성패에 교사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화씨는 "경험에 의한 차이인지 선생님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다"며 "혁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자기표현들이 강했는데,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관련 수업 활동을 이끄는 데 혼란을 겪으며 힘들어했던 분들도 계셨다"고 설명했다.
방혜주씨는 "혁신학교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선생님들이 몇 년 뒤 다른 학교로 전근 가셔서 흩어질 될 경우 (학생으로서) 빈 공간을 느꼈던 것 같다"며 "고등학교도 혁신학교였지만, 선생님들이 이에 대한 경험이 충분치 않으셨던 탓인지 일반 학교와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혁신학교 졸업생 50여명으로 구성된 혁신학교졸업생연대가 올해 출범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혁신학교에 다니며 느꼈던 아쉬움과 어려움을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하고 교육 당국에 정책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2014년 남양주 소재 혁신학교 호평중학교를 졸업한 이경화(22)씨는 고등학생 때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여느 또래처럼 공부하는데 하루 대부분을 보냈던 이씨는 문득 '나는 누구인지', '공부를 잘해야 좋은 사람인 건지' 등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곧바로 학교를 그만두고 '나 자신'을 공부하는 데 2∼3년을 보냈다.
자신에 관한 공부를 어느 정도 마친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배웠고 이와 관련된 일을 의뢰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14일 "선생님들은 '고등학교에 꼭 입학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학생들 고민에 '너희들이 안정적인 길을 따르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생활하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면 응원한다'는 말을 해주셨다"며 "이런 말씀이 지금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혁신학교 입학 전까지만 해도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되기 위해 애를 썼다고 전했다.
하지만 막상 중학교에 입학해보니 학교는 성적보다 성실한 수업 태도, 모둠 활동을 통한 친구들과 교감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씨는 차츰 혁신학교 분위기에 적응해 나갔다.
수업 내용도 다른 일반 학교와 달랐다.
이씨는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역사와 국어 과목이 합쳐진 '융합 수업'을 꼽았다.
이때 주제는 다산 정약용이었는데, 역사 시간에는 당시 사회적 배경을 배우고 국어 시간에는 다산의 저서를 읽고 토론했다.
이씨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수업이라서 기억에 남는다"며 "시간에 쫓겨 기본적인 내용만 짚고 넘어가지 않다 보니 생각의 폭이 깊어진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학교에 다닌 방혜주(22)씨는 혁신학교를 모든 아이가 골고루 행복하게 수업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성적순으로 학생의 서열을 매기지 않고 교우 간 공동체 의식을 느끼도록 독려하는 분위기가 차별점이었다고 강조했다.
방씨는 "성격이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수업 주제에 따라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며 "교실 안에서 비주류와 주류로 나뉘지 않다 보니 학생으로서 '한 명 한 명이 서로 소중하구나'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은 수학 선생님이 흰 종이를 주고 점들을 찍어본 다음 선을 그리게 했는데, 수학 원리를 근본적으로 탐구하는 시간이었다"며 "어렵지 않게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할 수 있도록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던 점이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졸업생들은 혁신학교 성패에 교사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화씨는 "경험에 의한 차이인지 선생님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다"며 "혁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자기표현들이 강했는데,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관련 수업 활동을 이끄는 데 혼란을 겪으며 힘들어했던 분들도 계셨다"고 설명했다.
방혜주씨는 "혁신학교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선생님들이 몇 년 뒤 다른 학교로 전근 가셔서 흩어질 될 경우 (학생으로서) 빈 공간을 느꼈던 것 같다"며 "고등학교도 혁신학교였지만, 선생님들이 이에 대한 경험이 충분치 않으셨던 탓인지 일반 학교와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혁신학교 졸업생 50여명으로 구성된 혁신학교졸업생연대가 올해 출범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혁신학교에 다니며 느꼈던 아쉬움과 어려움을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하고 교육 당국에 정책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