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혁신학교 10년] ① 혁신학교 가면 성적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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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실험'으로 획일적 공교육 대안 부상…경기도내 학교 4개중 1개꼴
'학력저하론 vs 학력신장론' 극과극 연구결과…평가는 '현재진행형'
[ ※ 편집자 주 = 2009년 경기도에서 싹을 틔운 혁신학교가 올해로 10년을 맞았습니다.
열 맞춰 줄 세운 네모반듯한 책상에 앉아 같은 교과서를 보고, 오지선다 시험으로 평가하는 주입식 교육이 일반적이던 교육 현장에 경기 혁신교육이 던진 충격파는 작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는 경기 혁신학교 출범 10주년을 맞아 경기 혁신학교의 의미와 성과, 그리고 한계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기사를 3꼭지로 나누어 일괄 송고합니다.
]
10년 전인 2009년 9월. 민선 1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교육계에 던진 화두는 큰 파장을 낳았다.
보편적 교육복지라는 철학을 기치로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다양성 교육을 강조하며 내놓은 '혁신학교'는 그때까지만 해도 교과서 중심의 획일적 교육이 지배했던 공교육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시행 첫해 경기도 내 13개 학교에서 '조촐하게' 출발한 혁신학교는 민선 2∼3기를 거치며 올해 664개 초·중·고교로 몸집을 키우며 도내 학교 4개 중 1개꼴로 안착했다.
초창기 혁신학교는 기존 교육 틀 안에선 적용이 어려웠던 '수업 실험'이 허용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칠판을 바라보고 열 맞춰 책상을 나란히 배치하던 교실의 풍경이 팀별로 책상을 모아 배치하는 것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자 상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교육의 방식이 교사와 학생 간 수직적 정보전달에서 교사와 학생 간 또는 학생과 학생 간 정보 공유 및 토론으로 변화했음을 시사했다.
획일적 공교육 개혁에 갈증을 느끼던 학부모들은 다양성과 자율성, 창의성에 방점을 둔 경기 혁신교육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이 기대감은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혁신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작용까지 만들어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기교육청의 교육 실험이 인기리에 출발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혁신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그 '인기'는 그대로 나타났다.
혁신학교 4년 차인 초등학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첫해인 2009년 구성원별 만족도는 학생 3.27점(5점 척도), 학부모 3.74점, 교사 3.47점이었으나 2017년에는 학생 4.34점, 학부모 4.30점, 교사 4.73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중·고교의 만족도는 학생 2.34점, 학부모 2.27점, 교사 2.75점에서 학생 4.0점, 학부모 4.01점, 교사 4.52점으로보다 더 큰 폭으로 높아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경기교육청을 벤치마킹해 서울, 강원, 전남 등 대다수 시·도교육청이 혁신학교를 표방한 다양한 수업 혁신에 동참했다.
하지만 혁신학교가 교육계에 장밋빛 청사진만을 제시하는 건 아니었다.
'기-승-전-대학입시'라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 속에서 혁신학교의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성적'이었다.
'혁신학교에 가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학력저하설이 잘 굴러가던 혁신 바퀴에 제동을 건 것이다.
급기야 서울 일부 지역 학교에선 학부모들의 반발로 혁신학교(예비혁신학교) 지정이 취소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2017년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 2016년 기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난 학생의 비율이 혁신 고등학교의 경우 2016년 11.9%로 전국 고교 평균(4.5%)의 2.6배였다고 발표했다.
혁신 중학교는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5.0%로 고교보다는 낮았지만 역시 전국 중학교 평균(3.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이보다 앞서 혁신학교가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혁신학교 정책이 학생의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분석(성균관대 이찬희 2016년)'을 보면 경기도교육연구원의 경기교육종단연구 2차년도 자료를 활용해 혁신학교와 일반 학교를 비교 분석한 결과, 혁신학교가 학생의 성취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연구들도 제법 있다.
혁신학교 학생이 일반학교 학생보다 학업성취도가 되레 높다는 연구들도 이어지며 이른바 학력저하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혁신학교 성과분석-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 기반(2018)'을 보면 혁신학교 학생들이 일반 학교보다 초기 성취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3년 연속 혁신학교를 운영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성취를 일반 학교와 비교해보니 국어, 수학, 영어 성취도에선 차이가 없었으나 수업참여도, 교우관계, 학교만족도 및 교사와 학생 간 관계 영역에서는 혁신학교의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최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원이 내놓은 연구 결과도 일맥상통했다.
박세진 연구원이 경기교육종단연구 4∼6차년도(2015∼2017년) 자료 중 2015년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가 2017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된 학생 5천555명을 분석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혁신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의 학업 성장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에선 혁신학교와 일반 학교 학생을 4가지 계층(상위집단, 중위상승집단, 중위하락집단, 하위집단)으로 분류해 비교했는데, 이들 집단 모두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평균적으로 학업성취가 올랐으나 중위층의 경우 일반 학교는 혁신학교와 달리 학업성취도가 상승하는 학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혁신학교와 학업성취도 간 긍정적 관계가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은 공통으로 초창기 혁신학교들이 소규모이면서 비선호 학교 위주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이들 학교와 일반 학교 학생의 성적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학력저하론 vs 학력신장론' 극과극 연구결과…평가는 '현재진행형'
[ ※ 편집자 주 = 2009년 경기도에서 싹을 틔운 혁신학교가 올해로 10년을 맞았습니다.
열 맞춰 줄 세운 네모반듯한 책상에 앉아 같은 교과서를 보고, 오지선다 시험으로 평가하는 주입식 교육이 일반적이던 교육 현장에 경기 혁신교육이 던진 충격파는 작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는 경기 혁신학교 출범 10주년을 맞아 경기 혁신학교의 의미와 성과, 그리고 한계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기사를 3꼭지로 나누어 일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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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인 2009년 9월. 민선 1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교육계에 던진 화두는 큰 파장을 낳았다.
보편적 교육복지라는 철학을 기치로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다양성 교육을 강조하며 내놓은 '혁신학교'는 그때까지만 해도 교과서 중심의 획일적 교육이 지배했던 공교육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시행 첫해 경기도 내 13개 학교에서 '조촐하게' 출발한 혁신학교는 민선 2∼3기를 거치며 올해 664개 초·중·고교로 몸집을 키우며 도내 학교 4개 중 1개꼴로 안착했다.
초창기 혁신학교는 기존 교육 틀 안에선 적용이 어려웠던 '수업 실험'이 허용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칠판을 바라보고 열 맞춰 책상을 나란히 배치하던 교실의 풍경이 팀별로 책상을 모아 배치하는 것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자 상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교육의 방식이 교사와 학생 간 수직적 정보전달에서 교사와 학생 간 또는 학생과 학생 간 정보 공유 및 토론으로 변화했음을 시사했다.
획일적 공교육 개혁에 갈증을 느끼던 학부모들은 다양성과 자율성, 창의성에 방점을 둔 경기 혁신교육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이 기대감은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혁신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작용까지 만들어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기교육청의 교육 실험이 인기리에 출발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혁신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그 '인기'는 그대로 나타났다.
혁신학교 4년 차인 초등학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첫해인 2009년 구성원별 만족도는 학생 3.27점(5점 척도), 학부모 3.74점, 교사 3.47점이었으나 2017년에는 학생 4.34점, 학부모 4.30점, 교사 4.73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중·고교의 만족도는 학생 2.34점, 학부모 2.27점, 교사 2.75점에서 학생 4.0점, 학부모 4.01점, 교사 4.52점으로보다 더 큰 폭으로 높아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경기교육청을 벤치마킹해 서울, 강원, 전남 등 대다수 시·도교육청이 혁신학교를 표방한 다양한 수업 혁신에 동참했다.
하지만 혁신학교가 교육계에 장밋빛 청사진만을 제시하는 건 아니었다.
'기-승-전-대학입시'라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 속에서 혁신학교의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성적'이었다.
'혁신학교에 가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학력저하설이 잘 굴러가던 혁신 바퀴에 제동을 건 것이다.
급기야 서울 일부 지역 학교에선 학부모들의 반발로 혁신학교(예비혁신학교) 지정이 취소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2017년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 2016년 기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난 학생의 비율이 혁신 고등학교의 경우 2016년 11.9%로 전국 고교 평균(4.5%)의 2.6배였다고 발표했다.
혁신 중학교는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5.0%로 고교보다는 낮았지만 역시 전국 중학교 평균(3.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이보다 앞서 혁신학교가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혁신학교 정책이 학생의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분석(성균관대 이찬희 2016년)'을 보면 경기도교육연구원의 경기교육종단연구 2차년도 자료를 활용해 혁신학교와 일반 학교를 비교 분석한 결과, 혁신학교가 학생의 성취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연구들도 제법 있다.
혁신학교 학생이 일반학교 학생보다 학업성취도가 되레 높다는 연구들도 이어지며 이른바 학력저하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혁신학교 성과분석-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 기반(2018)'을 보면 혁신학교 학생들이 일반 학교보다 초기 성취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3년 연속 혁신학교를 운영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성취를 일반 학교와 비교해보니 국어, 수학, 영어 성취도에선 차이가 없었으나 수업참여도, 교우관계, 학교만족도 및 교사와 학생 간 관계 영역에서는 혁신학교의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최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원이 내놓은 연구 결과도 일맥상통했다.
박세진 연구원이 경기교육종단연구 4∼6차년도(2015∼2017년) 자료 중 2015년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가 2017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된 학생 5천555명을 분석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혁신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의 학업 성장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에선 혁신학교와 일반 학교 학생을 4가지 계층(상위집단, 중위상승집단, 중위하락집단, 하위집단)으로 분류해 비교했는데, 이들 집단 모두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평균적으로 학업성취가 올랐으나 중위층의 경우 일반 학교는 혁신학교와 달리 학업성취도가 상승하는 학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혁신학교와 학업성취도 간 긍정적 관계가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은 공통으로 초창기 혁신학교들이 소규모이면서 비선호 학교 위주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이들 학교와 일반 학교 학생의 성적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