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싣거나 트레일러 연결에도 탁월해
패밀리카로 쓰기엔 뒷좌석 승차감이 문제
지난달 26일과 지난 4일 두 차례에 걸쳐 미리 만나본 쉐보레 콜로라도는 비포장도로는 물론 구덩이나 웅덩이 등으로 가득한 험로 주행에 특화된 차량이었다. 일반 차량이 도저히 다닐 수 없는 험한 길도 콜로라도 앞에서는 재미있는 자갈길 수준에 그쳤다.
콜로라도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5402·1948·1833mm에 달한다. 높이 탓에 발판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차량이다. 3.6리터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적용해 최고 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kg.m의 동력 성능도 갖췄다. 5명이 탈 수 있는 실내 공간 외에도 1170리터에 이르는 대용량 화물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콜로라도 출시를 기다렸다는 목소리가 많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대신해 가족과 함께 타는 패밀리카로 사용하면서도 화물 적재가 가능하고 오프로드 주행도 문제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비포장도로와 포장도로에서 콜로라도를 직접 운전해봤다. 육중한 외관은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보던 픽업트럭 그 자체였다. 차량 내부는 생각보다 단조로운 편이다. 엄밀히 따지면 상용차에 해당하기에 승용차 수준을 기대할 수 없다. 다만 내비게이션이 지원되는 중앙 디스플레이, 통풍시트, 차선이탈경고 등의 익숙한 기능이 제공되기에 승용차에 익숙한 운전자도 적응에는 문제가 없었다.
콜로라도는 다양한 장애물이 있는 험로 주행을 자갈길 주행으로 바꿔놨다. 경사가 40도에 가까운 언덕길을 거침없이 올라갔고 차 바퀴가 공중에 뜰 정도로 높은 범피 구간도 약간의 흔들림만 남기고 건너갔다. 4개 바퀴 가운데 2개가 공중에 뜬 상태였지만, 차 문을 여닫거나 적재공간 귀퉁이에 매달려 흔들어도 별다른 흔들림이 없었다.
동승한 한국GM 관계자는 “일반 차량을 같은 환경에서 실험하면 차체가 버티지 못하고 뒤틀려 문이 열리지 않게 된다”며 “강한 충격을 줘도 차체가 버텨준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형에 따라 바퀴가 헛돌 수 있는데, 콜로라도는 기본 내장된 기계식 디퍼렌셜 잠금장치가 차동 기능을 조절하며 4개 바퀴가 항상 동일한 구동력을 갖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약간의 오기가 생겨 동승자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속도를 내 80cm 깊이 웅덩이에 뛰어들었다. 콜로라도는 물보라를 일으켰을 뿐,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웅덩이와 진창을 빠져나왔다. 잠시 침수 상황에 처했다가 경사진 진흙 길을 올라온 셈인데, 전혀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이어진 도로 주행과 모래사장 시험에서도 콜로라도는 무난한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도로에서 대형 SUV 수준의 가속이 가능했고 모래사장에서도 포장도로와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차이를 느껴보고자 사륜구동을 전륜구동으로 바꿨더니 그제서야 바퀴가 헛돌면서 모래 속으로 가라앉았다. 재차 사륜구동으로 전환하자 쉽게 모래사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국GM은 쉐보레 콜로라도에 히치 리시버와 커넥터 패키지를 제공한다. 3.2t의 견인력을 갖췄고 후방 카메라에서 연결 가이드를 제공하기에 트레일러를 달기도 편하다. 무게 1.8t, 길이 6m의 카라반을 연결해도 주행에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쉐보레 콜로라도는 험로 주행에서 뛰어난 강점을 보여줬다. 험로 주행이 많거나 트레일러를 연결해야 한다면 우선 눈여겨봐야 할 정도다.
다만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엔 뒷좌석 승차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운전석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험로 주행을 하는 동안 뒷좌석 동승자는 멀미를 호소했다. 도로주행에서도 좌우로 굽이진 도로를 정속으로 달리자 뒷좌석 동승자가 속도를 줄여달라고 부탁해왔다. 직접 앉아본 뒷좌석은 픽업트럭도 결국 트럭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 충분했다. 안정적이던 앞좌석에 비해 흔들림이 심해 오래 앉아있기 어려웠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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