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을 담당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12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는 0.0%로 그대로 유지한 채 정책금리 중 하나인 예금금리(예치금 금리·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긴 예치금에 제공하는 금리)를 -0.4%에서 0.1%(10bp)포인트 더 내릴 가능성이 높다. ECB의 예금금리는 2016년 3월 이후 -0.4%를 유지하고 있다.

ECB의 예금금리 인하는 특히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채권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의 손실폭 역시 커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JP모건은 다만 "ECB가 대규모의 신규 부양책을 꺼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고, 인베스코도 "ECB의 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금리 인하는 시작…추가 부양 가능성 기대"

증권가에서는 ECB 예금금리 인하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그동안 예금금리 인하 가능성을 수 차례 내비쳤기 때문이다. '드라기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실제 미중 무역갈등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유럽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로존의 8월 제조업 PMI 지수는 7개월 연속 기준선(50)을 하회했고, 독일의 2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했다. 영국 역시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리스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파운드화의 하방 압력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ECB의 예금금리 인하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단순히 예금금리를 낮추는 것을 넘어 유동성 공급에 따른 추가 부양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대로 예금금리 인하가 발표되더라도 시장금리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ECB가 추가 부양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의 하방 압력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너무 큰 기대는 말아야…DLS 손실 확대 우려도"

ECB의 추가 부양조치로는 자산매입(국채)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월 450~600억 유로 규모의 자산매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하지 않은 만큼 500억 유로 이하로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김선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와 함께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패키지 형태로 도입될 가능성은 높지만 월 600억 유로의 자산매입은 불필요하다고 본다"며 "시장 기대와 달리 -0.1% 금리 인하와 축소된 자산매입이 진행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금리 인하 자체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을 견인하는 '시간 끌기' 전략이 유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ECB는 2014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럽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이번 0.1% 예금금리 인하가 경기를 반등시키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0.3%에서 -0.4%로 예금금리가 0.1%포인트 하락했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며 "이런 현상은 과거부터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 ECB의 예금금리 인하에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ECB의 예금금리 인하와 대규모 자산매입에 따라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된 파생결합상품(DLS·DLF)의 손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예금금리 인하가 채권 강세로 이어지면서 채권금리가 하락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ECB가 국채를 대규모 매입할 경우 독일 벨기에 프랑스에 이어 영국 장기물까지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질 수 있다. 이는 독일국채 10년물의 하락폭은 더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