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드 유지 필수 100명 외 600여명 무급휴직으로 힘든 나날 보내
생계난 겪자 차츰 자진 퇴사…올 연말까지 마지막 4차 매각 시도
통영 성동조선 직원들 "내년 추석은 복귀한 일터에서 맞기를"
수주잔량(CGT) 기준으로 세계 10위권까지 오른 조선소.
직영 2천500여명, 협력사 6천여명 등 9천명 가까이 일했던 회사.
해외 선주사에 첫 선박을 인도한 후 불과 2년 만에 10억달러 수출탑을 받은 기업.
건조가 까다로운 컨테이너선까지 육상에서 건조하는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
우리나라 중소형 조선업계 '맏형'으로 불렸던 통영 성동조선해양이 2000년대 초 회사 설립 후 수년 만에 이룬 성과다.

그러나 대형 조선사들도 휘청이게 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몰아닥친 수주취소, 신규수주 부진, 파생상품 거래손실은 이 회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2017년 말 마지막 선박을 건조한 후 신규 수주가 없었다.

수천억원을 들여 최신 설비를 들여놨던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공단 내 야드는 텅 비었다.

'수주 제로'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회사는 채권단 관리를 거쳐 지난해 4월부터 법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통영 성동조선 직원들 "내년 추석은 복귀한 일터에서 맞기를"
법정관리는 2년째지만, 이 회사 일부 직원들에게 올해 추석은 휴직 중 3번째로 맞는 것이다.

성동조선해양은 2017년 11월 마지막 선박을 해외 발주사에 넘겼다.

후속 물량이 없으니 마지막 선박 공정을 마친 직원들이 그해 상반기부터 차례로 휴직에 내몰렸다.

현재 마지막 남은 직원 700여명.
야드 유지·관리에 필수적인 100여명을 제외한 600여명은 무급휴직을 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기성 금속노조 성동조선 지회장은 11일 "먹고 살려고 직원들이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귀를 항상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 있는 직원들은 거제 대형조선소 생산 현장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건설 일감이 많은 경기도까지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고 노조원 근황을 전했다.

특히 그는 "조선소 야드는 멈췄지만, 여전히 직원들은 성동조선해양이 내가 몸담았고, 아이들을 키웠던 소중한 일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남은 직원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갈 날만을 애타게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한 노조원은 "생계난으로 더 버티지 못하고 자진 퇴사하는 형태로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는 직원들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탄식했다.

통영 성동조선 직원들 "내년 추석은 복귀한 일터에서 맞기를"
성동조선해양 운명은 다른 기업이나 투자자의 인수 여부에 달렸다.

법원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동조선해양을 되살리려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3차례에 공개매각 시도가 모두 무산됐다.

성동조선해양이 경쟁력을 가진 중형 조선시장이 예측보다 살아나지 않는 데다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투자자들이 자금력을 증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매각 시도 때마다 인수하겠다는 기업·투자자가 나타나 기대를 걸었었는데…"라며 "'희망 고문'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직원들을 힘 빠지고 지치게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올 연말까지 한 번 더 매각을 시도한다.

4차 매각에서도 인수기업을 찾는 것이 실패하면 회사를 살릴 현실적 방법이 없어 청산 절차(파산)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직원들은 4차 매각이 극적으로 성공해 성동조선해양이 기사회생하길 두 손 모아 바라고 있다.

한 노조원은 "내년 추석은 복귀한 일터에서 보내기를 바란다"고 짧지만, 간절한 염원을 남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