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취업에 강한 전문대
기업에 필요한 인재 키운다
최근 4년제 일반대학 재학생 또는 졸업생들이 전문대로 ‘유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대교육협의회는 “젊은 층의 취업 문제가 핵심적인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문대가 재조명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대 유턴 지원자 5년 새 두 배로 늘어
2017년 하반기 시행한 전국 128개 전문대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엔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2년 이상 수료한 지원자가 9202명 몰렸다. 이들 중 1537명이 합격했다.
전문대로 유턴하려는 지원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8학년도 전문대 대입의 유턴 지원자 수(9202명)는 2014년(4984명)과 비교하면 약 1.8배로 늘었다. 경쟁률도 2014년에는 3.8 대 1이던 것이 2018학년도엔 5.9 대 1로 높아졌다. 오병진 전문대교협 기획실장은 “웬만한 4년제 대학보다 전문대를 졸업하는 게 취업에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문대와 일반대의 취업률 격차는 최근 몇 년 새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12년 취업률은 전문대 68.1%, 일반대 66.0%로 격차가 2.1%포인트였다. 2017년의 경우 이 격차가 7.2%포인트(전문대 69.8%, 일반대 62.6%)로 확대됐다.
취업지원 강화하는 전문대
전문대의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은 각 전문대의 취업지원 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 2010년 이후 졸업생의 취업률이 80%대를 유지하고 있는 구미대가 대표적이다. 구미대는 대학교육과 산업체 직무 간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예약 프리잡(Pre-job)’ 프로그램을 운영해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전 수요 조사를 통해 필요한 채용 인력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별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인력 특별반’ ‘삼성중공업 공정품질 특별반’ 등이 고용예약 프리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과정이다.
인하공업전문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효과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스마트 학습기반 고등직업교육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현장 중심의 실습 능력을 배양하고, 학과 단위가 아니라 직무에 필요한 과목을 융합적으로 가르치는 ‘모듈별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
안산대는 학생들의 해외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G-마스터&프런티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해외취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5개국 76개 대학과 연계해 학생들에게 어학연수 및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이런 활동에 힘입어 안산대는 교육부로부터 ‘해외진출 특화분야 우수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업 수요에 맞춰 인재 양성
첨단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 급변으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졸 실업자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기업들은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불평하는 이유다. 전문대는 긴밀한 산업혁력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경북전문대는 2017년 교육·산업용 드론 등 첨단시설을 갖춘 ‘K-드론센터’를 구축해 드론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앞으로 드론을 필요로 하는 산업분야가 더욱 많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경북전문대는 K-드론센터를 중심으로 맞춤형 드론교육과정을 개발해 정규 교과 과정으로 편성했다.
대전보건대는 맞춤의학을 위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NGS기술은 기존 염기서열분석 방식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인체 내 유전자 전체 정보를 단시간에 분석할 수 있다. 대전보건대는 이 과정을 통해 맞춤 의료, 맞춤 치료제, 질병조기진단 등의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연성대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형태의 ‘산업체 연계 비즈니스 교육’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의 한류 백화점에 학생과 기업이 협업해 만든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고, 일본의 미용 전문학원에 K뷰티 관련 콘텐츠를 수출하기도 했다.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은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는 일반대와 비교하면 산업흐름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취업난이 심해질수록 전문대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