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권 이름으로 홍콩 엉망으로 만들어"…문화예술계 비난 불러
베니스영화제 각본상 홍콩 감독, 反송환법 시위대 맹비난 논란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받은 홍콩 영화감독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맹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빈과일보 등이 9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열린 제7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홍콩 독립영화의 대부로 꼽히는 욘판(楊凡)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넘버 세븐 체리 레인'(No 7 Cherry Lane)이 최우수 각본상을 차지했다.

'넘버 세븐 체리 레인'은 1967년 홍콩의 좌익 폭동을 배경으로 한 모녀와 홍콩대 학생의 삼각관계를 그린 영화이다.

수상 소감에서 욘판 감독은 자신에게 창작의 자유를 준 홍콩에 감사를 표하면서 "1964년 나는 계엄령 하의 대만에서 홍콩으로 건너왔으며, 홍콩에 도착한 순간 자유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67년 좌익 폭동에 대해서는 "경찰과 영국군이 중국 북쪽에서 온 세력이 불러일으킨 격동을 멈추려고 애썼지만 소용없었다"며 "이 세력은 6개월 후에야 떠났고, 홍콩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맹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욘판 감독은 "또 다른 이상한 세력이 52년 만에 나타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홍콩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길거리를 걸어 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자유마저도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서 온갖 악이 튀어나온 것과 같다"며 "홍콩이 정상으로 돌아와서 사람들이 다시 자유를 느끼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욘판 감독의 페이스북에서는 누리꾼들이 엇갈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그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지지하는 댓글을 남겼지만, 상당수 누리꾼은 그의 시위대 비판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홍콩 문화예술계에서도 거센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영화평론가는 "그는 자유를 찾아 홍콩으로 왔지만, 자유가 무엇인지 잊은 것 같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자유는 중시하면서, (시위에 참여한) 많은 사람이 다친 것은 보이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지난 4일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시위대는 곳곳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의회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 전날 시위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지하철역 입구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