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이 한국을 강타한 것을 계기로 누리꾼 사이에서 "배달원 안전을 위해 주문을 자제하자"는 호소가 퍼지고 있다.
하지만 주문을 받을지 말지는 업체 측이 결정하면 되고 주문 자제가 오히려 배달업 종사자에게 피해를 준다며 배달 자제 운동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therew*****'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7일 "오늘은 배달음식 시켜 드시면 안 된다.
오토바이들 정말 휘청휘청할 정도로 바람이 강합니다.
오늘은 라면 먹자"라는 글을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젤매니아'에서 '문**'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 오늘 같은 날은 그냥 라면 끓여 드시길 추천한다.
배달원들 사고 날까 봐 걱정이 된다"고 주장했다.
배달대행업체 '베테랑' 양평점의 정지용 대표는 지난 5일 폭우 속 배달업 종사자의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주문을 받지 겠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아직은 폭우나 태풍같이 오토바이 운전이 힘든 악천후 상황에 주문을 하시는 고객분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달업 종사자 노동조합인 '라이더 유니온'도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오늘 배달시키시는 분은 없겠죠? 오늘 하루 배달 시키지도, 하지도 맙시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반론도 있다.
"사업주가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박**'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디젤매니아 유저는 '배달 주문을 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배달 안 되면 음식점에서 취소하죠. 이거는 장사하는 업주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댓글을 달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서 '심심***'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요즘은 월급제가 아니라 배달대행이라 오히려 안 시켜 주면 돈을 못 번다"고 주장했다.
배달업 종사자의 속내는 복잡했다.
배달업에 5년간 종사했다는 이모(33)씨는 "살짝 바람만 불어도 오토바이가 흔들릴 정도인 상황에서 태풍과 같은 재해 시에 시민이 자발적으로 주문을 자제하자는 운동은 의미 있다"면서도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동자는 태풍 속에서 배달을 하지 않게 되면 생계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각각 상황이 다르고 근무 조건이 다르므로 배달을 제한 하는 게 무조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대신 이씨는 "실제로 배달업 종사자를 이용하는 배달대행 관련 업체에서 이들의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배달 중개 업체 측은 모든 배달업 종사자를 관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배달 중개 업체인 배달의 민족은 "배달 대행업체에서 결정할 사안이라서 배달의 민족에서 결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직접 고용하고 있는 '배민 라이더'의 경우엔 상황에 따라 주문을 받지 않는 게 가능하다"고 답했다.
음식점에서 배달 주문을 받아 기사에게 전달해주는 배달 대행업체 측은 "자체적 처리 기준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배달대행업을 운영한다는 A씨(익명)는 "음식점으로부터 주문을 받지 않는 조치의 명확한 기준은 없다"며 "태풍이 모든 지역에 같은 강도로 있는 게 아니므로 각 배달대행업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주문을 받을지 말지 선택한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태풍 시에 배달 종사자의 영업을 법으로 규제할 수는 없고 시민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고용노동부는 자체적으로 만든 가이드라인을 제작해서 여러 업체에 홍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는 2017년 '이륜차 음식배달 종사자 보호를 위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대행업체 측이 날씨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여 날씨에 따른 운행 시 주의사항, 위험요인, 감속 기준 등을 배달 종사자에게 안내하라고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