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폭행' 안희정, 징역 3년6개월 확정
지위상 상하관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54·사진)에게 3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피해자 김지은 씨(34)의 진술을 근거로 안 전 지사가 성관계 시 ‘위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여성단체는 대법원 판결에 즉각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선 ‘성 인지 감수성’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간음·성폭력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3월 피해자 김씨가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에 나선 지 1년6개월여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2018년 2월 수행비서 김씨를 네 차례 성폭행하고 여섯 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8월 1심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간음 사건 후 김씨가 보인 말과 행동 등을 고려했을 때 ‘강압에 의한 관계였다’는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단 이유에서다. 그러나 올 2월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안 전 지사를 법정구속시켰다.

대법원도 김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안 전 지사의 10회에 걸친 성폭행·추행 중 9회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는 성 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 문화 등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그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가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수직적 관계에서 위력을 사용해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점도 인정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지위나 권세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 세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여성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씨를 지원해온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지사의 유죄 확정 판결은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승리”라고 밝혔다. 김씨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세상 곳곳에서 숨죽여 살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곁에 서겠다”고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