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출하 앞둔 사과·배 우수수…농심(農心)도 털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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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평야 등 쌀 주산지 피해도 극심…전국 농경지 2천604㏊ 피해
"자식같이 키웠는데 하루아침에…."
제13호 태풍 '링링'이 몰아친 7일 오전 충남 예산군 신암면 이재수 씨 사과밭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아직 익지 않은 후지 사과가 바닥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나뭇가지도 군데군데 부러져 있었다.
이씨는 "그저께 읍내 70∼80대 할머니들을 동원해 추석에 쓰는 '홍로'는 많이 딴 덕분에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며 "11월 초에 수확하는 '후지'는 초토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방풍망도 치고, 지지대도 설치했지만, 태풍은 인력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신암면에서 1㏊ 규모 사과 농원을 운영하는 송기석 씨는 "홍로같은 경우 3분의 1가량은 수확하지 못했는데, 이번 강풍에 피해를 많이 봤다"며 "바람이 심한 쪽은 30% 이상이 사과가 떨어진 데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배 주산지로 예산보다 내륙 쪽인 충남 천안 과수농가들 피해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날 오후 직산읍 석곡리 배 과수원에서 만난 최예천 씨는 "땀 흘려 키운 배가 강풍에 떨어져 상품 가치가 없어졌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최씨 농원 배나무 밑에는 봉지가 씌워진 어른 주먹만한 배가 나뒹굴고 있었다.
어림잡아 20% 정도 배가 떨어진 것 같았다.
천안배작목회 이양구 회장은 "추석 물품은 출하를 끝냈지만, 저장용 수확을 앞두고 이런 피해를 봤다"며 "떨어진 배는 깨지거나 얼 먹어서 쉽게 썩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떨어져 주스용으로밖에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태풍이 충남 서해안을 지나면서 이들 지역에서는 최대 시속 83㎞ 강풍이 불었다.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신한리 한 사과 과수원에서는 6년생 홍로 사과나무 150그루가 한꺼번에 쓰러졌다.
농장주는 "나무를 고정하러 집에 지지대와 철사를 가지러 간 사이 돌풍이 불어 도복 피해를 봤다"며 "쓰러진 상태로 뒀다가 익은 것은 따고 나무는 '여름사과'라 베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북 김천과 고령, 성주에서는 벼 22.1㏊가 넘어졌고 고령의 비닐하우스 1동도 파손됐다.
김천에서는 배 5㏊와 사과 3㏊에서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경남지역 과수농가는 이번 태풍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와 일선 시·군은 배 주산지인 진주시, 하동군에서 낙과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잠정 파악했다.
580여 농가가 470㏊에서 배를 재배하는 진주시는 배 낙과율을 2∼3% 선으로 집계했다.
진주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오늘 현장 조사를 나가봤는데 농가별로 배나무 한그루에서 낙과율이 2~3% 정도였다"며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낙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210여 농가가 120㏊에서 배를 재배하는 하동군 역시 현장 조사에서 한두 농가에서 낙과 피해가 났고 나머지 농가는 낙과 피해가 경미했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사과(거창군), 단감(창원시·김해시) 등 다른 과일도 낙과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남도는 과수 분야는 현장 조사가 필요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쌀 주산지도 태풍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전북 김제평야에서 만난 한 농민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황금빛 결실이 맺혀있던 농민의 삶터는 강풍으로 벼가 눕혀진 채 움푹움푹 패어 있었다.
인근 다른 논은 아예 벼 전체가 쓰러져 흙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무더위를 견디고 탐스러운 알곡으로 가득 찼던 벼들은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수확의 기쁨에 들떠야 할 농민의 얼굴은 구름이 잔뜩 낀 하늘빛과 같아 보였다.
무거운 알곡을 매달고 이제 막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벼들은 나무가 쓰러질 정도의 강한 바람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수십 가구밖에 되지 않는 이 마을에서 절반 이상의 농민이 강풍으로 벼가 쓰러지는 피해를 봤다.
강수량은 많지 않아 침수 피해는 없었지만, 논 곳곳에서 이러한 벼 쓰러짐 피해가 확연했다.
한 농민은 "아침에 일어나보니 논이 이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며 "여기서만 10년 가까이 농사를 지었는데 이렇게 처참한 광경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식같이 키운 벼를 한순간에 잃고 나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허탈할 뿐이다"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전북에서는 김제를 비롯해 전주, 남원, 순창, 무주, 고창 등 곳곳에서 벼 쓰러짐 피해가 잇따랐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태풍으로 벼와 과수 등 전국적으로 농작물 2천604㏊ 피해(7일 오후 4시 현재)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정경재 이은중 박주영 이정훈 이승형 김재홍 기자)
/연합뉴스
제13호 태풍 '링링'이 몰아친 7일 오전 충남 예산군 신암면 이재수 씨 사과밭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아직 익지 않은 후지 사과가 바닥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나뭇가지도 군데군데 부러져 있었다.
이씨는 "그저께 읍내 70∼80대 할머니들을 동원해 추석에 쓰는 '홍로'는 많이 딴 덕분에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며 "11월 초에 수확하는 '후지'는 초토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방풍망도 치고, 지지대도 설치했지만, 태풍은 인력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신암면에서 1㏊ 규모 사과 농원을 운영하는 송기석 씨는 "홍로같은 경우 3분의 1가량은 수확하지 못했는데, 이번 강풍에 피해를 많이 봤다"며 "바람이 심한 쪽은 30% 이상이 사과가 떨어진 데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배 주산지로 예산보다 내륙 쪽인 충남 천안 과수농가들 피해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날 오후 직산읍 석곡리 배 과수원에서 만난 최예천 씨는 "땀 흘려 키운 배가 강풍에 떨어져 상품 가치가 없어졌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최씨 농원 배나무 밑에는 봉지가 씌워진 어른 주먹만한 배가 나뒹굴고 있었다.
어림잡아 20% 정도 배가 떨어진 것 같았다.
천안배작목회 이양구 회장은 "추석 물품은 출하를 끝냈지만, 저장용 수확을 앞두고 이런 피해를 봤다"며 "떨어진 배는 깨지거나 얼 먹어서 쉽게 썩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떨어져 주스용으로밖에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태풍이 충남 서해안을 지나면서 이들 지역에서는 최대 시속 83㎞ 강풍이 불었다.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신한리 한 사과 과수원에서는 6년생 홍로 사과나무 150그루가 한꺼번에 쓰러졌다.
농장주는 "나무를 고정하러 집에 지지대와 철사를 가지러 간 사이 돌풍이 불어 도복 피해를 봤다"며 "쓰러진 상태로 뒀다가 익은 것은 따고 나무는 '여름사과'라 베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북 김천과 고령, 성주에서는 벼 22.1㏊가 넘어졌고 고령의 비닐하우스 1동도 파손됐다.
김천에서는 배 5㏊와 사과 3㏊에서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경남지역 과수농가는 이번 태풍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와 일선 시·군은 배 주산지인 진주시, 하동군에서 낙과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잠정 파악했다.
580여 농가가 470㏊에서 배를 재배하는 진주시는 배 낙과율을 2∼3% 선으로 집계했다.
진주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오늘 현장 조사를 나가봤는데 농가별로 배나무 한그루에서 낙과율이 2~3% 정도였다"며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낙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210여 농가가 120㏊에서 배를 재배하는 하동군 역시 현장 조사에서 한두 농가에서 낙과 피해가 났고 나머지 농가는 낙과 피해가 경미했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사과(거창군), 단감(창원시·김해시) 등 다른 과일도 낙과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남도는 과수 분야는 현장 조사가 필요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쌀 주산지도 태풍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전북 김제평야에서 만난 한 농민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황금빛 결실이 맺혀있던 농민의 삶터는 강풍으로 벼가 눕혀진 채 움푹움푹 패어 있었다.
인근 다른 논은 아예 벼 전체가 쓰러져 흙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무더위를 견디고 탐스러운 알곡으로 가득 찼던 벼들은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수확의 기쁨에 들떠야 할 농민의 얼굴은 구름이 잔뜩 낀 하늘빛과 같아 보였다.
무거운 알곡을 매달고 이제 막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벼들은 나무가 쓰러질 정도의 강한 바람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수십 가구밖에 되지 않는 이 마을에서 절반 이상의 농민이 강풍으로 벼가 쓰러지는 피해를 봤다.
강수량은 많지 않아 침수 피해는 없었지만, 논 곳곳에서 이러한 벼 쓰러짐 피해가 확연했다.
한 농민은 "아침에 일어나보니 논이 이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며 "여기서만 10년 가까이 농사를 지었는데 이렇게 처참한 광경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식같이 키운 벼를 한순간에 잃고 나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허탈할 뿐이다"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전북에서는 김제를 비롯해 전주, 남원, 순창, 무주, 고창 등 곳곳에서 벼 쓰러짐 피해가 잇따랐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태풍으로 벼와 과수 등 전국적으로 농작물 2천604㏊ 피해(7일 오후 4시 현재)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정경재 이은중 박주영 이정훈 이승형 김재홍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