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 시스템 체계적 도입, 관련 법규·매뉴얼 개선 시급 해외 유명 공항이 드론 불법 침입으로 인해 운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잇따르는 것은 더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7일 부산 김해공항 인근 상공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신라대학교 드론 관제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드론이 공항 주변을 불법 비행한 1천388건 중에 활주로 인근까지 접근한 사례가 20∼30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행 제한구역에서는 주파수 신호를 받지 못하도록 설정된 드론이 많지만, 설정을 바꿔 아찔한 드론 비행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대 드론 관제센터는 점점 심각해지는 불법 드론 위협을 연구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불법 드론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학교 운동장 철탑에 무선주파수(RF) 감지 기반 '드론 디텍터'를 설치해 반경 18㎞ 내 드론 이륙을 10초 내로 포착하고, 드론과 조종사의 위치도 20m 오차 내외로 파악해 낸다.
신라대는 이 장비가 군에서 사용하는 레이더 장비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소형 드론까지 감지할 수 있어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지난 5월에는 신라대와 5G 기술을 상용화한 SKT, 육군 53사단이 불법 드론에 대응한 합동 모의훈련을 진행해 전국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모의훈련 때 보여준 드론 방어체계는 대응 체계의 교과서라고 할만한 것이다.
훈련 내용은 이랬다.
우선 불법 드론이 김해공항 인근에서 비행하면 디텍터 장비가 조종자와 드론의 GPS 위치를 파악해 관제실 화면에 띄운다.
이후 김해공항 인근 생태공원 근처에 둔 5G 가드 드론을 2대를 보내 현장 영상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육군 53사단으로 전송한다.
대기하고 있던 군부대는 신속히 출동해 소총 모양의 전파방해 장비인 재밍 건을 발사해 불법 비행 드론을 강제 착륙시킨다.
하지만 이런 대응 체계는 현실에서는 아직 실현되지 않는다.
드론 관련 법규가 정비되지 않아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신라대학교 드론관제센터를 운용하는 황광명 신라대 교수는 "훈련 상황처럼 불법 드론을 디텍팅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가드 드론이 불법 드론이 있는 곳까지 출동하는 비가시건제어(원격조종)가 국내에서는 불법"이라면서 "원격제어로 격추가 필요한 드론인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불법 드론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재밍건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소형 불법 드론을 격추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직 불법 드론을 누가 격추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상황에서 격추가 가능한지 관련 매뉴얼이 없다.
현행법상 무게 25㎏을 넘지 않는 드론은 과태료 처분만 받기 때문에 경찰 등 수사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다.
공항이나 원전이 불법 드론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공항공사 부산본부 관계자는 "현재는 맨눈으로 불법 드론을 관찰하고 관계 기관에 통보하는 식으로 불법 드론에 대응하고 있다"며 "체계적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 7월부터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드론 관련 규제가 드론 산업 육성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지만 시리얼 번호를 맨눈으로 보이게 드론에 부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기본적인 보안 규제는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