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팽창주의 보여주는 것…욱일기 가득한 경기장, 일본인으로서도 오싹한 광경"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내년 올림픽·패럴림픽 때 욱일기를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해 일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한국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도쿄올림픽 때 욱일기를 경기장에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를 한 것에 대해 조직위가 금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 한일 간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며 욱일기와 관련된 역사 및 욱일기 허용 방침에 대한 비판을 6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욱일기는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년) 초기에 군기(軍旗)로 정해져 태평양 전쟁 패전 때까지 사용됐다.

일본 근대사 전문가인 야마다 아키라(山田朗) 메이지대 교수는 "해군 군함기로 게양된 것 외에 육군 연대기로서 (적군) 제압 후 입성 행진 때 내걸리거나 최전선에서 점령의 표시가 되거나 했다"고 전쟁 중 욱일기 사용 행태를 설명했다.

그는 욱일기가 "한국에는 일본군이 탄압한 상징"이라며 "일본에서는 한반도 식민지 지배의 기억이 희미해졌기 때문에 욱일기를 둘러싼 역사 인식에도 어긋남이 생기고 있다"고 욱일기를 대하는 한일 양국의 태도가 다른 이유를 분석했다.

앞서 조직위는 "일본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깃발을 게시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선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욱일기를 금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욱일기를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보는 시각을 부인하려는 듯 자위대기 뿐만 아니라 풍어를 알리는 깃발이나 출산·명절 축하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며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는 학자들이 있다.

아케도 다카히로(明戶隆浩) 도쿄대 대학원 특임교수(사회학)는 "욱일기를 단순히 아침 해를 표현한 깃발로서 널리 받아들인다는 것은 속임수"라며 "현실을 보면 자위대나 혐오 시위, 우익 선전차에 등장하는 것이 좁은 의미의 욱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 욱일기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시위에서 일장기보다 험악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강력한 아이콘이 된 현실 등을 거론했다.

아케도 교수는 결국 욱일기에 침략의 역사, 내셔널리즘 등이 포함될 수밖에 없으며 경기장에서 이를 허용하는 것은 한국 선수와 관광객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기장에 욱일기가 대거 내걸리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거론하며 "세계로부터 '전전회귀(戰前回歸)'라고 비난받고 일본인으로서도 오싹한 광경이 될 것"이라며 조직위가 욱일기를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 정도는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2017년에는 한국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의 경기 때 일본 팬이 욱일기를 걸었다가 관중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결국 아시아 축구연맹(AFC)이 벌금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이치노세 도시야(一ノ瀨俊也) 사이타마(埼玉)대 교수(일본 근대사)는 "욱일기는 강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그 디자인 때문에 전후 자위대에 계승된 한편 타국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됐다"며 "일본 측이 아무리 널리 사용된다고 설명해도 국제적으로는 일본 팽창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평화의 축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