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의 컬처 insight]'집방'에 담긴 꿈과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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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홈즈’와 같은 ‘집방’은 이렇듯 꿈과 욕망의 한 지점을 툭 건드린다. 여기서 ‘욕망’은 단순히 비싼 집에 살아보고 싶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몸과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을 갖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가깝다. 그러나 현실에선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때문에 이를 충족하며 살기 어렵다. 대중들은 판타지가 돼 버린 욕망을 집방을 통해 작게나마 해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를 자극하듯 집방들이 최근 잇달아 나오고 있다. EBS ‘건축탐구-집’, TV조선 ‘이사야사’ 등이다. ‘구해줘 홈즈’가 누군가의 집을 구해준다는 설정이라면, ‘건축탐구-집’은 직접 지은 집, 나무나 한옥 집 등 집과 공간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담는다. ‘이사야사’는 한 인물을 설정해 그가 살았던 집들을 차례대로 찾아간다.
집을 다루는 방송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2000년대 초반 MBC ‘일밤-러브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어려운 형편의 가정을 찾아가 대대적으로 집을 고쳐주는 방식이었다. 이 또한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공익적 성격이 강했다. 개인적인 공간에 대한 욕구와는 살짝 동떨어져 있었던 탓에, 전반적인 집방 열풍으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유용한 정보까지 갖추면서 집방은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검색어만 봐도 알 수 있다. 눈에 띄는 집들은 방영과 동시에 금방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다. 허위매물 여부 등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여전히 집방에 머물고 있다.
집방의 인기는 밥을 먹는 먹방, 국내외 곳곳을 누비는 여행 방송에 비해 어쩌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방송들은 모두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 좋은 걸 먹고 싶고, 더 좋은 곳에 가보고 싶은 욕망 말이다. 하지만 미세하게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먹방이나 여행 방송을 보다보면 가까운 미래에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을 크게 먹고 돈을 쓰면 나도 언젠가 잘 먹고, 재미있게 놀러 다닐 수 있으니까. 그러나 집은 다르다. TV속 멋진 집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언제 저런 집에 살아보겠어’라는 한숨이 함께 배어나온다. 그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은 더 간절히 원하게 되는 법이지 않은가. 집 자체가 판타지가 돼 버린 이 시대, 씁쓸하게도 집방은 이런 이유로 더 강력하고 끈질기게 이어질 것 같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