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中 통신망서 검열 피해 암호 흔히 쓰여"
"캐리 람은 '777' 전임자는 '689'…홍콩시위대 암호로 소통"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한 소녀가 '오케이'(OK) 모양의 수신호로 피랍 위기를 모면하는 영상이 확산했다.

공항에서 낯선 사람에게 끌려가던 소녀는 드러내놓고 도움을 호소하지 못하자 왼손을 오케이처럼 보이게 만들어 주변 행인에게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소녀의 수신호를 의심쩍게 본 행인이 남자를 붙잡아 세워 경위를 따졌고, 결국 소녀는 안전하게 가족과 재회할 수 있었다.

엄지와 검지로 원을 그리는 수신호는 전 세계적으로 '오케이', '문제없다' 같은 뜻으로 통하지만, 중국에서는 그에 더해 범죄 긴급 신고전화 110을 뜻하기도 한다.

영상 속 소녀는 오케이 손 모양으로 자신의 신변이 위험하니 경찰에 알려달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소녀의 대처가 훌륭했다는 반응이 이어졌지만, 중국 당국은 이러한 반응을 불편하게 여긴다고 영국 매체 BBC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과 홍콩의 통신망에서는 중국의 광범위한 검열과 감시를 피해 비밀신호나 암호가 널리 쓰이는데, 오케이 영상도 그러한 배경으로 더욱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기 때문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캐리 람은 '777' 전임자는 '689'…홍콩시위대 암호로 소통"
중국 통신망에서 검열을 피해 널리 쓰이는 암호로는 1989년 7월 벌어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을 뜻하는 '46', '64', '1989'가 대표적이다.

중국 당국은 이들 암호조차도 검열 대상으로 삼기도 하는데,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 '1989'와 톈안먼 민주화운동을 뜻하는 1989를 가려내느라 진땀을 흘렸다는 일화도 있다.

14주 차 주말을 앞둔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도 경찰의 감시를 피해 암호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 사이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은 '777', 전임자 렁춘잉(梁振英)은 '689'로 통한다고 한다.

시위대는 혼란스러운 대치 현장에서 의사소통하고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수신호를 쓴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예를 들어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잡은 손은 육각 렌치 공구를, 승리의 브이 신호는 가위를 뜻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