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막내가 붙잡은 살인범…상황보고서엔 팀장이 검거자
살인범 검거 공적 가로채기 의혹…경찰 간부 감찰 조사
살인 사건 용의자를 검거한 부하 직원의 공적을 팀장급 경찰 간부가 가로채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감찰 조사에 나섰다.

인천지방경찰청 감찰계는 4일 인천경찰청 교통순찰대 모 팀장인 A 경위를 감찰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 경위는 올해 5월 인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해 용의자를 직접 검거한 부하 직원의 공적을 가로채려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5월 10일 낮 12시께 인천시 부평구 한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60대 남성이 금전 문제로 비슷한 또래인 지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시 A 경위는 팀원 2명과 함께 사건 현장 인근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한 행인이 급히 음식점에 들어와 "사람이 쓰러져 있다"며 도와달라고 했고, 인근 또 다른 식당에서 무전을 들은 같은 팀 막내 B 순경이 25m를 쫓아가 용의자를 검거했다.

인천경찰청 교통순찰대 한 직원은 "B 순경이 검거한 살인 용의자를 사건 발생 현장으로 데리고 갔고, 경장 1명이 마침 갖고 있던 수갑을 채웠다"며 "팀장인 A 경위는 현장에 있긴 했지만, 검거자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용의자 검거 경위 등을 적는 상황보고서에는 진한 글씨로 A 경위 이름이 주공자(주 공적자)로 표시됐다.

나머지 팀원 3명이 부공자(부 공적자)로 적혔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인천경찰청 교통순찰대 다른 직원은 "A 경위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직원이 '팀장이 특진을 하려 하니 이거(공적) 팀장에게 밀어드리자. 수갑도 팀장이 채운 것으로 하자'고 주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용의자 검거 후 사무실로 복귀한 B 순경이 당시 교통순찰대장에게 정확한 검거 경위를 보고했는데도 A 경위는 '난 모른다.

마음대로들 하라'는 식으로 허위 보고를 방관했다"며 "결국 문서에도 A 경위가 주공자으로, 나머지 직원들은 부공자으로 표시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검거자 허위 보고는 살인 사건 관할 경찰서인 부평경찰서 형사과가 지구대에서 올라온 현행범 체포 보고서와 교통순찰대가 작성한 상황보고서의 검거자가 서로 다른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A 경위는 이 같은 허위 보고가 경찰 내부에서 소문으로 퍼지자 뒤늦게 검거자 표창을 받지 않겠다고 서무 직원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A 경위와 B 순경은 민갑룡 경찰청장 표창을, 당시 수갑을 채웠던 직원 등 2명(경위 1명·경장 1명)은 이상로 인천경찰청장 표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찰청 교통순찰대 소속 또 다른 직원은 "팀장인 A 경위는 사건 현장에서 무전을 하고 피해자가 실린 119구급대 차량을 병원까지 경찰 오토바이로 에스코트했다"면서도 "수갑을 채우거나 피해자 지혈을 한 다른 직원보다 본청장 표창을 받을 정도로 공적이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A 경위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직원이 보고서에 나를 주공으로 올린다고 해 '그렇게 하면 큰 일 난다'며 말렸으며 이후 상황은 잘 모르겠다"며 "본청장 표창도 처음에는 1장만 나온다고 해 빠졌다가 이후에 추가로 내려와 받게 됐다"고 해명했다.

인천경찰청 감찰계 관계자는 "현재 감찰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정확한 경위는 조사를 더 진행해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