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소재 독립'…광양에 리튬공장 짓는다
포스코가 전남 광양에 연 4만t 규모의 리튬정제공장을 짓는다. 아르헨티나에서 추진 중인 2만5000t 공장까지 더해 2022년 6만5000t의 고순도 리튬 생산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포스코의 국내 공장 건설이 대부분 중국 수입에 의존해온 배터리용 고순도 리튬의 ‘소재 독립’을 달성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은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매출 17조원과 세계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호주 리튬광산업체와 공동 투자

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호주의 리튬광산업체인 필바라미네랄스와 내년 3월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약 8000억원을 투자해 리튬정제공장을 착공하기로 합의했다. 합작 비율은 포스코가 79%, 필바라가 21%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신공장 건설 계획을 연내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신공장 완공 시점은 2020년이다. 4만t은 고성능 전기자동차 40만 대 배터리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0만 대 안팎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에코프로비엠, 코스모신소재 등 양극재업체들이 고순도 리튬을 일부 생산하고 있으나 물량이 부족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은 1만2344t, 2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포스코는 광양에 연 2500t 규모의 고순도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시범공장을 운영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4월부터 시범공장에서 고순도 리튬을 생산하기 시작해 수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신공장 완공에 맞춰 상업 생산도 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튬은 2차전지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소재다. 2차전지는 1차전지(건전지)와 달리 충전·재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다. 전기차와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2차전지는 대부분 출력이 높은 리튬이온전지다. 리튬은 배터리 양극재(+)에 들어 있다가 충전할 때 음극재(-)로 이동하고, 발전할 때 다시 양극재로 이동한다.

양극재는 배터리 가격의 40%가량을 차지한다. 포스코그룹에선 포스코케미칼이 광양과 경북 구미에서, 포스코가 중국 저장성에서 양극재 공장을 운영 중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도 생산한다.
포스코 '소재 독립'…광양에 리튬공장 짓는다
2차전지 특허 100여 건 보유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2010년 리튬광석에 소금물을 반응시켜 고순도 리튬을 뽑아내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최 회장은 소재 사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소재 사업을 ‘철강부문’과 같은 급의 ‘신성장부문’으로 격상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6월에는 2차전지소재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차전지용 리튬의 글로벌 수요가 올해 약 25만t에서 2025년 82만t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광산 확보와 공장 건설 등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리튬 공급은 수요에 비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원료인 리튬광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2월 필바라의 지분 4.7%를 7950만호주달러(약 650억원)에 사들였다. 필바라는 2억2600만t의 리튬원광이 매장된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8월 아르헨티나 북서부 염호(리튬이 함유된 소금물 호수) ‘옴브레 무에르토’의 광권도 인수했다. 이 지역에 2021년까지 매년 2만5000t의 고순도 리튬을 정제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