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낮 12시쯤 국회에서 세 시간 뒤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무수한 의혹 제기에 대해 직접 답할 수 없어 숨이 막히는 듯했다”고 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열릴 예정이던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조 후보자 가족 출석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전날까지 좁혀지지 못해 끝내 무산됐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조 후보자의 일방적인 항변에 불과한 ‘청문 쇼’였다”며 인사청문회 개최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를 건너 뛴 채 이번 추석 전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 3시30분에 시작된 기자간담회는 밤 12시를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열린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열린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조국, 핵심 의혹은 모두 부인

조 후보자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무엇보다 크게 느낀 건 현재 논란이 다름 아닌 제 말과 행동으로 생겼다는 뉘우침”이라며 “개혁과 진보를 주창했지만 철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에게 실망과 상처를 줬다”며 “법적 논란과 별개로 학생과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딸 부정 입학,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 논란에 대해선 “당시엔 알지 못했다” “관여한 바가 없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자신을 둘러싼 핵심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사모펀드와 관련해선 “저는 물론 처도 사모펀드 구성이든, 운영이든 그 과정을 알 수가 없었고, 관여도 하지 않았다”며 “투자가 불법이었다면 왜 자료 공개를 하고 국회에 제출했겠느냐”고 했다.

자신의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당시 총동창회에서 장학금을 특혜 수령했다는 의혹에는 “저희는 어떤 가족이든 동창회 장학금을 신청하거나 전화로 (동창회에)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수십 명의 기자가 그간 쏟아진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연달아 했지만, 조 후보자는 상당 기간 준비해온 듯 막히지 않고 답변했다.

조 후보자는 스스로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는 것은 사회 개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학자로서, 민정수석의 임무를 통해 권력기관 개혁의 책임을 다한 공직자로서 법무부 장관의 역할을 다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번 초라한 순간을 맞는다고 해도 부당하게 허위 사실로 아이들을 공격하는 일을 멈춰 달라”며 “허물도 저의 것이고 책임도 저의 것”이라고 했다.

간담회를 지켜본 야당은 “기자간담회란 게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의혹을 제기해온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게 돼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국 "몰랐다, 죄송하다, 기회 달라"…野 "일방적 셀프 해명 일관"
野 “청문회 반드시 열어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두 차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조 후보자가 서 있을 곳은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받는) 검찰청 청사가 맞지만, 당장은 법이 정한 대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야 한다”며 “연기된 일정에 맞춰 그때 국회에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간담회를 하고 싶으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곳에서 하면 된다”며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오만함에 다시 한번 개탄을 금할 수 없고, 그 오만함에 들러리를 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참으로 한탄스럽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조 후보자 가족의 인사청문회 출석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준비 기간을 거쳐 7일 이후 인사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거부했다.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개최 발표도 그 직후에 나왔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불법 청문회인 기자간담회 강행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당·청 고위 관계자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와대는 갑작스레 성사된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대해 “조 후보자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사전에 청와대와 일정을 조율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저희는 (후보자) 지명을 한 것이지 저희가 이것(청문회)을 주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3일 국회에 조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정한 기한(최대 10일 이내)까지 보고서가 도착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해도 조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청와대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충분히 해명됐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는 6일 이전까지 보고서 송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귀국 직후 조 후보자를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여론 변화에 따라 순방 도중 임명안을 재가하거나 시간을 두고 다음주 임명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헌형/박재원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