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투자전문 지주회사 SK(주)가 원료의약품 위탁생산(CMO)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SK팜테코라는 CMO사업 총괄 자회사를 세워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합성의약품 CMO 시장에서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할 수 있는 CMO사업을 키워 신약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에서다.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연구원들이 원료의약품 물질을 점검하고 있다.  /SK바이오텍 제공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연구원들이 원료의약품 물질을 점검하고 있다. /SK바이오텍 제공
SK, CMO사업 구조 단일화

SK(주)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설립해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 아일랜드, 미국 앰팩을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SK(주)는 SK바이오텍 주식과 SK바이오텍에서 이전받은 자산을 통합법인인 SK팜테코에 현물 출자한다. SK(주) 자회사로 SK팜테코를 설립하고, CMO사업을 하는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은 SK팜테코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SK팜테코의 최고경영자(CEO)는 아슬람 말릭 앰팩 대표가 내정됐다.

SK(주)가 통합법인을 설립한 이유는 의약품 생산사업에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CMO사업은 SK(주) 자회사인 SK바이오텍과 앰팩, 손자회사인 SK바이오텍 아일랜드로 나뉘어 있다.

이번 개편으로 SK팜테코라는 단일 브랜드를 통해 시장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한국 미국 유럽 등지에서 각자 수주했던 주문을 글로벌 상황에 맞게 분배할 수 있는 시너지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SK(주) 관계자는 “각 지역 CMO들의 운영을 최적화하고 비용 효율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그룹이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노하우를 CMO사업에 적용하면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 바이오 '재정비'…캐시카우로 CMO 키운다
사업 규모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SK(주)의 원료의약품 생산 사업 일원화는 글로벌 CMO업계의 대형화 추세와도 관련이 있다. 의약품 생산 기반이 없는 신생 제약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전문 CMO에 생산을 위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형 CMO들은 임상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전 주기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어 대형 계약 수주에도 유리하다. SK(주)는 2017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공장을 인수했고 이듬해 앰팩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CMO 시장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2023년까지 연평균 7%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 중 CMO 선도기업들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5%를 넘는다. SK도 지난해 CMO사업 매출이 4800억원을 넘기면서 아일랜드 공장 및 앰팩 인수 전과 비교해 세 배 가까이 성장했다.

SK팜테코는 한국(32만L) 아일랜드(10만L) 미국(59만L)에서 총 101만L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통합법인 출범을 계기로 생산 규모도 확장할 계획이다. 현 생산량을 2020년 이후 세계 최대 규모로 확충하고 2025년 이후에는 CMO사업 가치를 10조원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신약 개발·CMO로 ‘바이오 쌍끌이’ 전략

SK바이오팜의 신약 개발이 순항하는 것도 호재다. SK바이오팜이 미국 재즈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은 지난 7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선 세노바메이트가 허가를 받으면 SK팜테코가 원료의약품 생산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주) 입장에선 위험은 높지만 성공하면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신약 개발과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CMO사업으로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