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미 중재에 적극적…김정은에 '대화 재개' 촉구하나
경제협력 등 6월 정상회담 합의 점검·김정은 방중 가능성도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일 북한을 방문하면서 중국의 '중재자' 역할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과거 6자회담 결렬 위기 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등 북핵협상 과정에서 성공적인 중재역할을 보여준 적이 있어 이번에도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청으로 2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의 주요 관심사는 왕 위원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 북측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지다.

당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하면서 2∼3주 내로 다시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경고하고, 리용호 외무상이 9월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불참하는 등 북한이 대화 거부 움직임을 보이면서 조속한 협상 재개를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왕이 방북, 대화 거부하는 北 끌어낼까…中 '중재역' 주목
이런 가운데 중국이 과거 6자회담 때처럼 북미 갈등 중재를 통해 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2006년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6자회담이 결렬 위기에 처했을 때 북미 간 가교 역할로 재개 합의를 끌어낸 전력이 있다.

중국은 지금도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지분을 키우고 영향력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왕 위원 본인도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역할은 대체할 수 없다"며 중재 역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월 22일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조건을 마련하고 쌓아가야 한다"며 대화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방북 일주일 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 판문점 회동에 대해 "얼마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성공적인 방북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 넣었다"면서 회동을 시 주석의 성과로 돌리기도 했다.

왕이 방북, 대화 거부하는 北 끌어낼까…中 '중재역' 주목
전문가들은 왕 위원이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하고 북미 대화를 촉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왕이 위원이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빨리하면 좋겠다'는 시 주석의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중국이 비료나 식량 지원을 통해 북한 숨통을 열어주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의 메시지를 완전히 소홀히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중이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정치, 경제 및 군사 분야 관계 확대를 점검할 것으로도 보인다.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논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발전으로 대북제재를 극복하려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중국과 경제협력 확대 등 중국의 지원이 관건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북한은 중국과 실질적인 경제협력 등을 통해 제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북중관계가 안정적이고 강화된 방향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대미협상에서 북한의 입장을 강화하는 정치적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왕이 방북, 대화 거부하는 北 끌어낼까…中 '중재역' 주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