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향해 비꼬는 투로 "어떤 일 생겼는지 밝혀내는데 행운 빈다"
고해상도 사진 트윗에 "기밀 누출" 비판…트럼프 "권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이란 우주센터의 로켓 발사대에서 로켓 폭발 흔적이 관측된 것과 관련해 미국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위터에 발사장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공개해 '미국의 군사기밀을 누출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트럼프, 이란우주센터 폭발에 "관여 안했다"…기밀사진 누출논란(종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미국은 이란에 있는 셈난 발사장 1에서 사피르(Safir) 위성 발사체(SLV) 발사를 위한 최종 발사 준비 도중 생긴 재앙적인 사고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윗에 폭발사고 흔적이 남아있는 이미지를 첨부한 뒤 "나는 발사장 1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밝혀내는데 이란에 최상의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 트윗을 기사로 전하면서 "행운을 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이 비꼬는 투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AP통신은 이란 북동부 셈난주 이맘 호메이니 국립우주센터의 로켓 발사대에서 위성 탑재 로켓의 폭발 흔적이 관측돼 위성 발사 실험이 올해에만 세 번째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인공위성 발사 실험이 원격탐사·통신용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란은 올해 1월과 2월에도 위성 발사를 시도하다 실패한 바 있다.

지난 6월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유조선 피격사건 이후 미국이 대응 차원에서 사이버공격을 준비했고, 6월 20일 실제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공격대상에는 유조선 공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이란 정보기관을 비롯해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를 통제하는 컴퓨터 시스템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이란우주센터 폭발에 "관여 안했다"…기밀사진 누출논란(종합)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 공유한 발사장 이미지가 상업용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보다 훨씬 더 해상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미국의 군사기밀을 누출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화나게 하려고 아침 정보브리핑에서 나온 기밀 사진을 빼낸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일부 관리들도 해당 이미지가 정찰위성 사진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전직 관리들에 따르면 이런 사진은 왼쪽 상단에 기밀 등급을 표시하게 돼 있는데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사진의 왼쪽 상단에는 검은색으로 뭔가를 지운 흔적이 남아 있다.

또 사진에서 밝게 빛나는 부분은 태블릿 컴퓨터상의 이미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했음을 시사하는 근거라고 NYT는 추측했다.

통상 미 대통령은 안보 브리핑에서 태블릿을 통해 기밀 사진을 보고받는다고 한다.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CNN 방송에 문제의 이미지가 미 정보 당국이 운용하는 위성에서 나온 사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사진은 발사대를 아주 세밀하게 클로즈업한 큰 인쇄물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지의 표기법 등으로 볼 때 아마도 대통령 브리핑을 위해 정보기관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이란우주센터 폭발에 "관여 안했다"…기밀사진 누출논란(종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하는 길에 기자들로부터 기밀 사진을 올린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우리는 사진을 갖고 있고 난 그것을 공개했다.

난 그렇게 할 절대적 권리가 있다"고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의 출처에 관한 질문이 계속되자 "여러분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소 모호한 그의 답변을 두고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밀 사진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해석했고,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답을 피해갔다고 평가했다.

만약 정보당국의 기밀 사진을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러 공개한 것이라면 이는 미국이 이란의 활동을 모두 감시하고 있음을 알려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비슷한 이유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지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당시 소련 미사일 기지 사진을 기밀 해제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기밀 사진 공개가 적국의 경각심을 일깨워 향후 군사 활동을 더 잘 숨길 수 있게 해준다는 비판론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

대릴 킴벌 미 군축협회 소장은 NYT에 "이번 트윗은 수많은 국가안보 현안에 대한 트럼프의 목적 없고 충동적인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조롱하기 위해 군사자산이 포착한 이미지의 기밀을 해제하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