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매각설에 노조 반발 고조 "꼼수 폐업"
호텔 "매각설 사실무근…경영 어려움으로 인한 폐업"
[현장 In] 해운대 그랜드호텔 폐업 논란…노사갈등 첨예
부산 특급호텔인 해운대그랜드호텔이 올 연말 폐업을 예고하자 노조가 "꼼수 폐업"을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근 호텔 측이 매각을 위해 서울 모 시행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들리자 노조는 집단행동도 예고하고 있다.

김옥경 해운대그랜드호텔 노조위원장은 "직원 300명, 직원 가족까지 1천명이 거리에 나앉게 되는 생사가 걸린 폐업을 저지하기 위해 상위 노조와 연계해 투쟁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를 위한 조정신청서를 접수했다.

노조는 호텔 측 폐업 선언이 매각금을 독단적으로 챙기려는 꼼수라고 주장한다.

제대로 된 회생 노력 없이 폐업을 결정했고,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위한 진지한 논의 없이 위로금도 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구조조정이나 회생 노력이 제대로 없었는데 회사 문을 닫으려는 것에는 어떤 의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직원들만 2년간 임금 동결하며 고통을 분담해 왔는데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직원들의 또 다른 희생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인계 자본이 들어와 호텔을 인수한 지 20년 만에 1천억원이 넘는 돈을 매각으로 남기게 되는데 직원들에게는 어떠한 배려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해운대 그랜드호텔은 이달 중순 폐업공고문을 노조에 보내며 폐업 사실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대외적으로는 호텔 측이 폐업 사실을 공표하기 전이어서 노조가 사측이 폐업을 무기로 노조를 길들이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틀 뒤 대표이사 명의로 된 자료를 통해 폐업을 공식화했다.

[현장 In] 해운대 그랜드호텔 폐업 논란…노사갈등 첨예
호텔 측은 폐업 사유로 "세계적인 경기침체, 경쟁업체 등장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부단한 경영개선에도 더는 경영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됐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호텔 측이 서울의 한 대형 시행사에 건물 매각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극비리에 체결했다는 이야기가 언론 등을 통해 나오자 노조는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해운대그랜드호텔이 올 5∼6월께 서울 지역 대형 시행사인 A사와 매각 관련 업무협약(MOU)을 극비리에 체결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노조는 양도 등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선 단체협약에 따라 한 달 전 노조에 알리게 돼 있지만, 이와 관련 통보를 받지 못해 단체협약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노조는 불가피하게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면 위로금 지급과 고용 승계 등 직원 생계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호텔 측 한 관계자는 "매각설은 완전히 사실무근이어서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회사가 폐업 공고문에 밝힌 경영상 어려움 등 이유 외에는 다른 이유도 없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