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창단…30년 동안 40여편 창작, 2천500여회 공연
전통 마당극에 현대 사회상과 공동체 의식 담아내 호평
[앙코르!향토극단] 전통 마당극의 강자…대전 마당극패 '우금치'
마당극패 우금치가 뜨는 곳에는 늘 신명 나는 한 판이 벌어진다.

우금치는 사라져가는 전통 연희를 발굴, 계승해 가장 한국적인 연극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금치는 1990년 대전시 동구 대동에서 마당극에 인생을 건 청춘들에 의해 시작됐다.

대전 지역 대학에서 탈춤, 연극동아리를 했던 젊은이들이 물리학, 정치 외교, 토목학, 상업교육 전공을 과감히 버리고 마당극에 뛰어든 것이다.

창단 후 대전 동구 하소동 산속, 유성구 대동 폐교 등에 둥지를 틀며 전통 마당극을 지켰다.

40여편의 작품을 창작해 창단 후 2천500여회 공연했다.

최근엔 전국을 돌며 1년에 120회 이상 공연하는 등 대전을 대표하고 우리나라 마당극단을 대표하는 단체로 우뚝 섰다.

충남 공주와 부여를 잇는 고개 이름인 '우금치'는 동학농민운동 당시 동학농민군과 일본 관군과의 격전이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다.

마당극패 우금치라는 이름은 대전, 충청의 지역색을 살리면서 평등 세상을 외쳤던 민중의 정신을 문화예술로 살려보자는 의지를 담았다.

첫 작품은 농민극 '호미 풀이'였다.

[앙코르!향토극단] 전통 마당극의 강자…대전 마당극패 '우금치'
우금치는 이후 통일, 여성, 노인, 환경, 다문화 등 현대 사회문제부터 고전, 역사, 인물, 설화, 신화까지 다양한 주제를 자신들만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농촌, 산골, 아파트, 학교, 광장, 요양원, 복지관 등 곳곳을 찾아다니며 관객과 만났다.

우금치의 작품에는 해학과 풍자, 감동은 물론 사회에 대한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이 있다.

어떤 소재로 공연을 하든 작품에서 '공동체에 대한 소중함'을 빼놓지 않고 강조한다.

2014 제2회 창작국악극대상 작품상 대상을 받은 '쪽빛황혼'은 이들의 대표 작품이다.

고령화 사회의 단면과 더불어 사는 삶, 함께 하는 삶을 그린 이 작품은 국립극장 야외놀이마당 공연사상 최다 관객동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결혼이주여성이 문화와 언어 차이로 겪는 에피소드, 다문화가정의 갈등과 애환을 표현한 '덕만이 결혼원정기'도 인기다.

우금치는 이 작품에서 '차이로 인한 차별'이 아닌 '차이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세월호참사를 담은 '천강에 뜬 달',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청아 청아 내딸 청아' 등도 전국 각지에서 초청받는 작품 중 하나다.

최근 몇 년 사이 우금치에는 여러 경사가 있었다.

우금치는 2015년 창단 25년 만에 떠돌이 생활을 청산했다.

자신들만의 공간을 갖게 된 것이다.

하소동 산속, 대동 폐교 등에 거점을 두고 연습하던 우금치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다시 대전 원도심으로 나오기로 했다.

[앙코르!향토극단] 전통 마당극의 강자…대전 마당극패 '우금치'
6억원의 빚을 떠안으며 대전 중구에 있는 방치된 교회를 매입했지만, 전기와 수도를 놓을 돈도 없었다.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고, 우금치의 사연을 알게 된 대전시민 770명이 힘을 모았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달라"며 1억원 통 큰 기부를 한 시민도 있었다.

시민의 힘으로 대전 중구에 우금치만의 공간 '별별 마당'이 문을 열 수 있었고, 드디어 정착하게 됐다.

올해 1월에는 류기형 우금치 대표가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에 선임됐다.

우금치를 창단해 40여개의 마당극을 직접 쓰고 연출하며 뚝심 있게 마당극을 지켜온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특별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옛 충남도청 특설무대에서 마당극 '하시하지'를 공연한다.

우금치의 목표는 '공동체 정신'을 지키는 극단으로, 이 정신을 작품에 담는 것이다.

김연표 우금치 운영위원장은 "우금치는 단원들이 함께 밥 먹고 생활하며 매일 연습하는 동인제 형식의 극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작품과 극단 운영에 '이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우리 주변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