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도 인천사회복지모금회 통해 하루 119원 기부 가능
'119원의 기적'…인천 소방관 사비 털어 화재 피해자 지원
"아기가 장난으로 믹서기를 만지다가 손을 심하게 다쳤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보니 아기 엄마는 거의 넋이 나간 채 울고 있었어요.

"
이상준 인천소방본부 소방관은 31일 "저도 비슷한 또래 아이가 있는데, 같이 울 수는 없어서 냉정한 척하고 응급처치 후 이송했는데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수많은 사고 현장과 화재 장소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관들.
사투 끝에 불길을 잡고, 생사의 갈림길에 선 부상자를 구조한 뒤 소방서로 복귀하지만 임무 완수라는 기쁨보다는 현장에 남겨진 피해자 걱정에 마음이 무거울 때가 더 많다.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나지만, 소방관 혼자서는 재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어려워 속만 태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인천소방본부가 화재·재난·사고 피해자 지원을 위해 '119원의 기적' 캠페인을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사업은 인천 소방공무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루 119원씩 성금을 모은 뒤 화재나 사고 피해자 지원에 사용하는 사업이다.

인천소방본부 소속 공무원의 제안으로 이달 초부터 시작된 캠페인에는 시행 한 달도 안 돼 벌써 1천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혼자서는 하루 119원씩 한 달간 모으면 3천570원,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값 정도이지만 1천명이 모이니 매월 350만원 이상을 적립할 수 있게 됐다.

캠페인에 참여한 이길섭 소방관은 "작은 지원이지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고 피해자에게 당장 입을 옷, 먹을거리라도 제공할 수 있다면 화재 진압만 하고 돌아오는 그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을 거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지난 26일에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일반 시민도 '119원의 기적' 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희망자는 모금회 홈페이지(http://incheon.chest.or.kr)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119원의 기적'에 동참할 수 있다.

정명환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소방관분들이 이렇게 자기 월급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앞장서 주시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작은 나눔이 큰 기적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소방본부는 공정한 심사를 거쳐 화재와 사고 피해 시민 지원에 성금을 사용하고, 이후 적립 규모가 커지면 어린이 화상 환자 지원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심리상담 지원 등 지원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영중 인천소방본부장은 "저희 소방 공무원도 화재 현장에서 다치거나 순직하는 경우에는 국민 여러분과 사회단체로부터 큰 도움을 받아 왔다"며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많은 분이 동참해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우리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