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성' 美·이란 정상회담 거부
이란, 美에 '협상 전 제재 해제' 촉구…"핵합의 복귀 먼저"(종합)
이란은 미국이 탈퇴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다시 협상하려면 경제 제재를 먼저 해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미국과 이란의 정상회담을 중재했다고 말하면서 잠시나마 양국의 대화에 기대가 커지기도 했지만 이란이 '협상 전 제재 해제'라는 그간 밝힌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29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정부는 이란 국민을 상대로 경제 전쟁(제재)을 벌였다"면서 "그들이 이 경제 전쟁과 경제적 테러리즘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들과 대화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지난해 5월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8월과 11월 2단계로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어 "그들이 방(협상)에 들어오려면 입장권을 사야 한다"라며 "그 입장권이 바로 핵합의에 복귀해 이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만남을 위해 만나지 않고 결과가 있어야 만날 것"이라며 미국과 이란 정상의 '정치 이벤트식' 회담에 선을 그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도 28일 밤 국영방송에 출연해 "어느 나라가 항복을 요구하는 '최대 압박'을 받는 도중 협상하려 하겠느냐"라며 미국이 제재를 풀어야 협상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자리프 장관을 초청했을 때 미국 대표단과 우연히라도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다"라며 "우리는 핵합의 유지와 관련해선 유럽하고만 그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자리프 장관은 23일과 25일 잇따라 프랑스를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 등 프랑스 핵심 인사와 만났다.

이례적으로 잦은 접촉을 두고 일각에서는 프랑스와 자리프 장관이 미·이란 정상회담을 물밑에서 논의했다는 추정도 나왔다.

마무드 바에지 이란 대통령 비서실장도 28일 자리프 장관이 프랑스에서 미·이란 정상회담을 논의한 게 아니라 핵합의를 준수하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지난 27일 미국과 대화하는 선행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으면 그들과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라면서 "핵합의에 먼저 복귀하는 것이 그들이 해야 할 첫 번째 단계"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국제적 이목을 끈 미·이란 정상회담엔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유럽에 핵합의를 제대로 준수하라고 압박했다.

아락치 차관은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과 같은 핵합의에서 약속한 이란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예고한 대로 다음달 6일 핵합의 이행 수준을 감축하는 3단계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되는 5월 8일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1단계 조처로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했다.

지난달 7일에는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을 농도 상한(3.67%) 이상으로 농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튿날 4.5%까지 농축도를 올렸다.

이란은 다음달 5일까지 유럽 측이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재개하면 핵합의에 다시 복귀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핵합의를 더 이행하지 않는 3단계 조처를 시작한다고 예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