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직선거법에 어긋나므로 분리 선고해야…검찰 상고는 모두 기각"
기존 형량 모두 합쳐 징역 32년…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 대법 심리 중
박근혜 '뇌물 분리선고' 판단 따라 2심 다시…형량 가중되나(종합)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내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어떻게 정해질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을 포함해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파기되는 부분 중 유죄 부분은 (2심 당시의) 판결 선고 중 그 부분 유죄 판단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1심 판결에 대해서도 심판대상이 달라져 파기 사유가 있다며 이유무죄 부분을 포함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검찰의 상고 기각으로 확정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심리하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2심에서 삼성과 관련된 뇌물액이 80억여원이라고 인정돼 징역 25년 및 벌금 200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상고하지 않음에 따라 대법원은 무죄로 나온 말 보험료 등에 대한 검찰의 상고 부분만 판단한 후 모두 기각했다.

따라서 이 부분은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1·2심 선고가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을 분리 선고하지 않아 위법하다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간과하고 모든 혐의를 경합범 관계라고 판단해 한데 묶어 선고형을 결정했다.

1·2심의 형량 선고가 공직선거법 취지에 어긋난 셈이다.

이는 "선출직 공직자가 재임 중 범한 뇌물죄와 나머지 죄에 관한 형을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2011년 대법원 판례에도 배치된다.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에서는 기존보다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뇌물 혐의와 다른 혐의를 한데 합쳐 경합범의 관계로 형량을 정하면 형이 감경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뇌물 혐의와 나머지 혐의가 따로 판단을 받을 경우 형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2심 단계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부가 '삼성 뇌물액'과 관련해 일부 액수를 두고 엇갈린 판단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어디까지가 뇌물로 인정될지를 확정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 제공액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취지였다.

반면 꼭 형량이 늘어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일부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따로 떼어 형량을 정할 때 본인이 직접 챙긴 이익이 없다는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하면 형량이 더 가벼워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측에 "본인이 챙긴 이익이 없다는 점은 이미 박 전 대통령의 1·2심 때도 반영됐기 때문에 더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뒤따른다.

공범 관계인 최순실 씨의 강요 혐의가 무죄로 나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강요 혐의 또한 무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기업이나 경제단체 측에 출연금이나 계약 등을 강요한 혐의가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이 있었는데 대법원 판결에서는 무죄 판단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상고하지 않았지만, 사건이 파기환송됨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직권으로 이를 다시 판단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졌다.

다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이 유죄인 만큼 박 전 대통령의 강요 혐의가 무죄로 인정된다고 해서 큰 틀에서 형량이 줄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기환송된 사건은 원칙적으로 서울고법 재판부로 돌아간다.

다만 사건의 연결성 등을 고려해 최순실 씨 등 사건이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사건과 병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기환송심은 보통 이르면 2개월, 늦어도 6개월 안에는 결론이 난다.

올해 안에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관측이 법조계 일각에선 제기된다.

박 전 대통령의 기존 총 형량은 징역 32년이다.

이날 대법 판결이 나온 국정농단 사건은 2심 형량이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이었고, 대법원 심리를 기다리고 있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사건의 2심 형량은 징역 5년과 추징금 27년이었다.

여기에 이미 판결이 확정된 공천개입 사건의 형량인 징역 2년을 합치면 징역 32년에 이른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뇌물죄 및 국고손실죄 성립 여부가 쟁점인 재판이다.

검찰은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관계 등에 비춰 뇌물죄가 인정돼야 하고, 국정원 회계의 최종책임자이자 결재자인 원장의 지위 등에 비춰 국고손실죄도 인정돼야 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박 전 대통령 2심 외에도 법원은 국정원장이 국정원 회계의 최종책임자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판단했다.

이에 국고손실죄가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로 넘어간 국정원 특수활동비 또한 박 전 대통령 2심을 비롯해 여러 판결에서 '뇌물'이 아닌 '횡령·국고손실'로만 인정됐다.

하지만 올해 초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특활비 수수 사건 항소심에서 일부 금액이 처음으로 뇌물로 인정돼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2년은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