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발전이 곧 연극발전"…3년만에 열리는 한국여성극작가전
"한국여성극작가전이 한해씩 거듭되면서 처음보다 여성 극작가의 위상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류근혜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제5회 한국여성극작가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여성의 발전은 연극 발전의 기반이 된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국내 여성 극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한국여성극작가전이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2013년 시작해 2016년 제4회 행사를 열었지만 3년만인 올해 그 다섯 번째 행사가 개최된다.

올해 행사는 오는 9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대학로 스카이씨어터에서 열린다.

이날 기자간담회 참석자들은 2년 동안 행사가 중단된 데 대해 "경제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지원사업 선정에는 실패했지만, 행사가 재개됐다.

연극 '내 사랑 외디푸스'로 이번 극작가전에 참여한 김국희 연출은 "1회 때 지원금을 못 받았고 2~4회 때는 받았다.

그러나 5회 때 또 받지 못해 공연하지 못했다"며 "지원금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작의 길을 찾아가고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해서 올해 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류근혜 회장도 "1회 때 극작가전을 진행하면서 많은 연극인에게 출연료 등을 많이 못 줘서 폐를 끼쳤다"며 "결국 작품 제작비가 부담돼서 5회 행사를 추진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여성발전이 곧 연극발전"…3년만에 열리는 한국여성극작가전
올해는 총 6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개막작은 이미정 작가·이정하 연출의 '미스테리 맘'으로,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되새기는 여자의 시선으로 삶의 희로애락을 그린 작품이다.

9월 4일부터 8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이정하 연출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외로움이 연극이라는 장치 안에서 영상, 음악, 연기 등으로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최명희 작가·김국희 연출의 '내 사랑 외디푸스'(9월 11일∼15일)는 한 연극 연출가의 무의식과 콤플렉스를 통해 진정한 자아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최명희 작가는 "시대가 변했고, 그렇다면 우리가 남성성이나 여성성에 갇혀있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서 쓴 작품"이라며 "그동안 남성과 여성의 인습적인 분류에 오래 매달리고 적응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백은아 연출은 백세희 작가의 동명 에세이를 연극화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9월 18∼22일)를 무대에 올린다.

백은아 연출은 "자신의 위선이나 지질함까지 모두 드러내는 이야기를 책으로 발행하고 독자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런 작품을 연극으로 만나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과 기대에서 출발했다"며 "죽고 싶다가도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밖으로 나가는 우리 삶의 욕망과 역설을 끌어안고 '나 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관객도 극장 문을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홍란주 극작·연출의 '거트루드'(9월 25∼29일)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한 연극이다.

홍란주 연출은 "'햄릿'에서는 거트루드나 오필리아 같은 여성 캐릭터들은 수동적이고 복수심에 불타는 햄릿의 화풀이 대상으로만 등장했다"며 "현대 사회에서 거트루드가 권력을 갖고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5년 전 어린 소녀를 윤간하고 살해한 남자들이 범행을 은폐하며 살아오다 다시 살해 현장에 모이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그 집'(정경진 작가·노승희 연출, 10월 2∼6일)과 우리 민요와 서구 희곡이 만난 하이브리드 연극 '나의 강변북로'(이지훈 극작·연출, 10월 9∼13일)이 차례로 관객을 만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