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학 분야 고전 '죽음의 부정' 재출간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정면으로 다룬, '죽음학' 분야 고전인 어니스트 베커(1924~1974)의 '죽음의 부정'이 11년 만에 새롭게 출간됐다.

'죽음의 부정'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죽음, 종교, 악에 관해 연구한 미국 문화인류학자가 암 진단을 받고 49세에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5년에 걸쳐 집필한 역작이다.

1974년 저자가 세상을 떠난 지 2개월 만에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출간 이후 여러 후학이 이 책을 바탕으로 죽음을 연구했다.

국내에는 지난 2008년 초역본이 출간됐으나 절판됐다.

출판사 한빛비즈는 "절판 이후 정가 4~5배가 넘는 가격에도 중고 도서를 구하기가 어려웠다"며 "여전히 죽음에 관한 심도 있는 저작물이 부재한 상황에서 심도 있는 새 번역으로 복간한다"고 밝혔다.

죽음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근원적 공포이다.

이 책은 죽음을 향한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를 오가는 인간의 심리를 분석한다.

베커는 정신분석학, 심리학, 철학을 넘나들며 죽음을 부정하는 인간의 속성으로부터 우리 존재의 근원을 묻는다.

특히 그는 인간의 본성 가운데 영웅주의에 초점을 맞춰 죽음의 공포를 설명한다.

영웅주의란 어려움이나 한계에 부딪힐 때 그것을 돌파하려는 인간의 존재론적, 영웅적 자질을 말한다.

죽음의 공포에 대항하기 위해 발현하는 영웅주의야말로 인간의 삶에서 핵심을 차지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뚜렷하게 구분되는 동시에, 죽으면 어쩔 수 없이 썩어 자연으로 사라진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베커는 자신이 공포와 딜레마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고, 무능력과 연약함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보통의 인간과 실존적 영웅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 책에서 나는 죽음의 공포가 보편적임을 밝히고자 한다"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의 보편성은 인간학의 여러 분야에서 수집된 자료를 하나로 묶는 끈이며 인간 행위를 놀랍도록 명료하게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노승영 옮김. 468쪽. 3만2천원.


/연합뉴스